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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04. 2022

내가 만난 잊지 못할 대학교 청소 아주머니 멋진 한마디

늘 난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대학생까지는 못 가지는 사람으로 사는 것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늘 가난이라는 단어는 내게 선택이 연속이었고 어쩌면 난 대학을 못 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집을 팔아서라도 대학을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그건 부모의 마음이었고 자식의 눈에는 부모의 희생이 기쁘지 않았다. 철이 없을 때는 나이가 빨리 들고 싶었다. 빨리 돈을 벌어서 작은 돈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돈은 때가 되면 네가 벌기 싫어도 벌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랬다, 그래서 난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알뜰하게 돈을 모았다. 난 기본적으로 화장을 하지 않는다. 여자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여기서도 많은 돈이 나가려면 나가는데 많이 저축이 된다. 저축하려고 화장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스타일이 엄마를 닮아서 뭔가를 바르고 분칠 하는 게 어색해서 기본만 한다. 덕분에 할머니는 "여자란 본시 다듬어야 한다" 하셨지만 난 그게 마음에 걸려서 할머니 댁에 갈 때만 약간 그리고 간다. 


대학 때 난 니체를 가장 좋아했다. 낙관적이지 못했고 인생은 희극보다는 비극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가, 인생은 원래 힘든가? 수없는 많은 질문을 앞에 두고 살았다. 국문과로 진학을 결정했지만 막상 국문과 공부는 하지 않고 철학책을 싸들고 다니며 인생의 질문을 들고 싸매며 살았다.

그리고 밝게 웃으며 사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대학 분수대 광장에서 짜장면을 한 사발 하고 누워서 광합성을 하며 "아 내 인생은 언제 펴나" 하면서 한숨을 내쉬면 단짝인 친구는 "야 인생은 원래 힘들게 사는 거야" 하면서 요구르트를 마시며 내 자리를 침범하며 같이 누웠다.


햇빛을 보며 누가 보면 마치 교도소에서 햇빛을 보는 죄수 두 명이 누워 있는 모양이었다. 난 그렇게 인생에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은 "넌 왜 그렇게 뭐든 삐딱하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여기에도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도 양념을 추가하셨다.

졸업 선물로 책을 30권을 주셨는데 카프 계열의 소설책들이었다. 못 가진 자들의 울분과 분통 그리고 사회에 대한 열망을 담은 책들이니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깨고 세우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좋을 수 없었다.


그러다 나에게 인생의 변환점이 왔다. 

그날 하루는 비가 억수처럼 내렸다. 우산이 있어도 별 소용도 없고 그래서 그냥 우산을 접고 비를 맞았다.

고등학교 시절 난 그냥 비를 맞고 다녔다. 친구들은 "안 춥냐?" 했는데 난 "어" 하고 맞으며 그렇게 보냈는데 그날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학교 기숙사를 들어가려고 하는데 기숙사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자주 뵙던 분이라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께서도 인사를 하셨다."어 학생, 아이고 비에 다 젖었구나"

난 "네"

아주머니는 "춥겠다."

난"생각보다 춥네요"

아주머니는 "여기"

생각지도 못한 손수건을 건네주셨다. 난 당황해서 "아니에요"

아주머니는 "아니야, 내가 여기서 일할 때마다 캔 커피 만날 얻어먹는데, 그게 쉬운 일인가? 혹시 어머니도 이 쪽 일 하셔?"

순간 난감했지만 "아.. 뇨"


아주머니는 "그렇구나.. 난 아니 나 볼 때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줘서 참 심성 곱다 , 그러기 힘든데 했지. 나 여기서 일한 지 10년 넘었거든 , 그런데 이렇게 커피 얻어먹는 거 처음이야"

난 "정말요?"

아주머니는 "응. 여기 공부들은 잘하는데 인성은 아닌 학생도 많아" 

얼굴에는 질색팔색이라는 표정이었다.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아니야 자기가 그런 게 아닌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난 올라가야겠다고 하는데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힘들지?"

난 "네?"

아주머니는 "공부하기 힘들고 취직 때문에 고민이고?"

난 "다 그렇죠"


아주머니는 "나도 그래, 자식 뒷바라지한다고 매일 이렇게 청소하고 힘들어, 그런데 있잖아. 매일 그날을 살아. 그럼 덜 힘들어. 그러니까 지금을 살라고. "

난 순간 눈물이 났다.

아주머니는 "학생이니까 나이가 어려서 뭔 말인가 싶을 거야 그렇지? 그런데 인생은 참 별것 없어. 지금을 살아야 하는 거야. 과거 필요 없고 미래 글쎄.. 난 앞을 보는 능력이 없으니까, 지금을 살면 되는 거야, 나도 여기 나올 때는 또 오늘도 일이네 하는데 들어갈 때는 오늘도 무사히 가네 하면서 감사하면서 들어가, 그러니 오늘을 살아봐. 그럼 버텨져. 인생은 그리 쉽지 않지. 그래서 밥값 하라고 하잖아. 그런데 밥값을 하면 오늘을 살고 내일이 있어"


난 "감사합니다" 떨리는 목소리에 난 눈물까지 범벅이 되어서 인사를 드렸다.

아주머니는 "그래 그만 가자고"

그렇게 헤어진 아주머니와 난 2년을 더 만나고 헤어졌다.


얼마 전 모교에 갈 일이 있었다. 친구가 대학교 조교수로 임명이 되어서 축하를 하러 갈 일이 있었다.

친구의 방에 가기 전 기숙사 그 아주머니 생각에 갔지만 역시 계시지 않으셨다.

친구에게 축하한다고 하고 난 예전 나의 아르바이트 시절 통닭집 매출을 올려 준걸 고맙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친구는 나에게 대학원에서 더 남아서 공부를 계속했으면 너에게도 기회가 있었을 텐데 왜 타대학원을 가서 기회를 찼냐고 뒷말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난 후회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 성격을 아는 친구는 지금의 나를 응원한다며 한상 벌어지는 밥을 사주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넌 멋지다" 


친구니까 이런 말을 나에게 해주는구나 싶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아주머니의 말씀으로 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살려고 노력한다.

고마우신 분이다.

인생을 살면서 만나기 힘든 분, 건강하셨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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