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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22. 2022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봐야 하는 이유.

난 모든 아르바이트 중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극강의 난이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 버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진상들을 보면서 난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편의점 아르바이틀 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담배 이름을 모조리 외우고 빨리빨리 드리는 게 힘들었고 그다음 힘든 점은 동전과 지폐를 정확하게 드리는 게 힘들었다. 반복된 작업이지만 처음은 힘들었다.


다행히 내가 처음 한 아르바이트는 학교 앞 정문에 딱 하나 있는 편의점인데 알고 보니 지인의 후배였다. 나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경력이 있어서 난 믿고 배웠다.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주인아주머니 아저씨도 좋으셔서 시간이 지난 삼각김밥을 주시면서 배고프면 먹으라며 주시고 대학생들의 생활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주셨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정말 어이는 없는데 , 첫 번째가. 공부 열심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런 일 해.라는 이야기였다. 그날은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이었다. 


손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어른들은 막걸리와 맥주를 사러 오셨는데 아주머니와 아이가 가방을 들고 들어오면서 "아 덥다" 하시면서 아이에게 먹을 것을 고르라고 하셨다. 난 반가운 마음에 "왔니?"라고 하며 인사를 하는데 아주머니는 난색을 표하셨다.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아이가 뭔가를 고르는데 들으라고 말을 한 것 같다. 


아니 들으라고 한 거다. "저기 봐 , 공부 못하면 서서 돈 계산하는 사람밖에 안 되는 거야"라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며 "먹고 학원가자"라고 아이를 다그치는 아주머니를 봤다. 난 속으로 어이가 없어서 '아니거든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손님은 손님 어쩔 수 없이 끝까지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며 잔돈을 내어 드린 적이 있다.


같이 일하는 파트너에게 "정말 개념 없네"라고 이야기했더니 "모르셨어요? 저런 사람 되게 많아요" 하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는데 정말 많았다. 뿐만 아니라 어떤 분은 술을 과하게 드셨다. 휘청거리시며 몸을 도저히 가눌 수 없을 것 같은데 우리에게 용돈이라며 "자 여기 천 원 , 내가 내 딸 같아서 그러는데 공부 좀 해, 여기서 이러지들 말고" 하며 침을 탁 뱉으며 가셨다. 그날은 내 화가 머리까지 나서 점장님에게 이야기했더니 참으라시며 별별 사람 있는 게 서울이라며 위로를 해주셨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이들이다. 가끔 어른을 놀리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정말 아이들일까? 싶다.

그날 물건이 들어와서 정신이 없어서 파트너와 돌아가며 물건을 넣고 빼며 계산을 하는데 중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라면에 레토르트 식품을 사서 계산대에 올려놓는데 뜬금없이 "저기요 여기서 일하면 얼마나 벌어요?"라고 물었다. 


난 순진한 마음에 최저임금을 말했다. 문제는 그 후이다. "야 내 용돈보다 훨씬 작아, 이 일 왜 하냐?" 하며 빈정거리는 말투로 시작해서 자기들이 앉아서 먹는 자리가 더럽다며 닦아 달라부터 컴플레인을 쏟아내며 갑질을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너희들 일부러 그러는 거 다 알아 지금 녹화 중이야, 다 먹었으면 가줄래?"라고 힘 있게 이야기하자 "알아요 갈 거예요" 하면서 그냥 정말 비웃음을 날리고 갔다.


세 번째는 편의점인데 왜 물건이 없어라고 소리치시는 분들이다. 편의점이라고 모든 걸 다 구비하진 않는다. 그런데 급하게 왔는데 물건이 없으면 그냥 가시는 분도 계시지만 소리를 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럼 왜 편의점인 건데?" 하시며 나에게 따지둣이 물으면 "죄송합니다, 저희 편의점은 없습니다"라고 말을 한다. 그럼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하신다. 정말 이럴 때는 답이 없어서 나도 바쁜 척을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난 많은 걸 봤다. 타인에 대한 시선은 자기 기준에서는 어쩌면 쉬운 일에 포함될 수 있고 아니면 어려운 일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다 떠나서 난 기본적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키웠다. 그리고 내가 편의점을 그만두면 이런 점들이 어려우니 난 이렇게 행동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편의점을 이용한다. 가끔 행사상품에 1+1이라는 음료가 있으면 난 사서 일하시는 분에게 "같이 드시죠" 하면서 건넨다. 사실 별것 아닌데 "감사합니다"라고 받아주신다. 내가 하나 더 먹는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집 근처에서 편의점을 하시는 분들이 딱 내 나이 또래의 분들이 하시는 것 같아 그 옛날 내가 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가끔 마음 좋으신 분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셨는데 그렇게 좋았다.


그래서 그 잊지 못할 기억에 만약 내가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된다면 나도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베푼다고 큰 것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작은 것을 나누면 기쁨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트를 끝으로 난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정말 인격이라는 것은 스스로 쌓아지는 것이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쉽게 아르바이트 뭐 없나, 하며 편의점을 생각한다. 하지만 편의점 쉽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하는 공간이고 아주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멀티로 해야 하는 곳이다.

나 그곳에서 어떻게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조금은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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