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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16. 2023

한강뷰를 포기한 이유

한강을 사랑하지만 즐기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아니 친구들은 나에게 서울에 살면 "한강뷰가 최고지?"라고 묻는다. 나도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성공하면 한강 뷰 보면서 맥주 한 잔 하는 게 최고지"라는 말을 들었다. 대학교 들어가서 선배 언니 오빠들이 취직을 하면서 한 턱 쏘겠다며 동아리방에 오시면 "야 열심히 해라, 직장 생활 장난 아니다" 하시며 우리에게 맛있는 걸 사주시고 가셨다. 


그리고 성공의 기준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몸값 비싼 사람에 한강뷰를 자랑하며 사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대학원을 일찍 졸업하고 유학 갔다 와서 모교에서 교수를 하는 선배들이었다. 그때까지는 주거에 대한 나의 개념은 어디든 살면 되지였다.


그러다 난 중간에 휴학을 했고 자연스럽게 기숙사를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옥탑방을 살면서 '지옥이 따로 없구나'를 느끼며 좀비처럼 살았다. 여름은 너무 더워서 오후 6시에 24시간 학교 도서관을 가서 그다음 날 새벽 6시에 나왔다. 그럼 자판기에서 200 원하는 믹스 커피로 위장을 열어서 집으로 향해 낮잠을 자고 다시 오후 6시에 다시 출근 도장을 찍으며 그렇게 방학을 보냈다. 


그때 알았다. 옥탑방의 로망은 없다는 걸, 그래서 그 이후로는 절대로 옥탑방을 가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기숙사를 갔고 졸업을 하고 난 다시 원룸 생활을 했는데 그냥 제일 저렴한 원룸으로 살았다. 그래서 뭐 혼자 사니 가장 심플하게 살았다. 원래 가장 바쁜 생활이 대학원 생활이라 학교에 있는 생활이 더 많아서 오히려 학교에서 먹고 자고 가 더 많았다.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고른 집이 강남이었다. 그런데 가진 돈에 비해 집은 너무 비쌌고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해서 들어갔는데 거기가 그나마 한강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주말에는 한강을 배경으로 운동도 하고 나름 이러려고 서울을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난 뉴스를 보게 된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살뉴스를 접한다. 알고 보니 내가 살고 있는 한강에서 가까운 대교에서 생활고로 어쩔 수 없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때부터 난 그 한강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잠시 초등학교 때가 생각이 났다. 내가 살았던 고향에서는 매일 소풍장소가 정해져 있었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개천에 갔는데 아이들 반응은 "뭐 있겠어, 또 그 개천이겠지" 그랬다. 별로 달리 큰 이벤트가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서는 모래사장에 선물 쪽지를 숨겨 놓으시면 일명 '보물찾기'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찾아오면 간단한 공책이나 연필을 주셨는데 얼꽝인 나는 아이들이 몇 장씩 주울 때 겨우 한 두장을 손에 넣고서 가서 받아 왔다. 그래도 꽝보다는 낳으니 그날은 기분이 좋았다.


매해 그렇게 가다가 아마도 5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비가 너무 와서 댐이 무너졌다. 그래서 그 개천에서 일하시던 몇 분이 돌아가셨다. 소문은 흉흉해지고 결국은 그해 소풍은 없고 학교에서 그냥 단체로 운동장에서 보냈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그 개천도 기억에서 멀어진 듯했다.

엄마와 아빠는 내게 더 이상 그 개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라고 하셨고 동네 사람들도 언제 그럈냐는 듯 말을 하지 않으셨다.


언제가 논문에서 본 적이 있었다. 사람이 물을 보면 마음이 잠잠해지는 이유는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래서 신생아는 눈을 뜨지 않아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슬퍼지면 산보다 물을 찾게 되는 것은 본능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난 험난한 첫 사회생활을 그나마 견뎠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그 뉴스를 접하니 한강의 출렁임이 마치 영화 <괴물>이 생각이 나서 아찔했다.

그리고 전세 만기날이 가까워질 때즈음  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확하게 만기 두 달 전이었다. 연장과 스탑을 앞에 두고 난 결국 이사를 결정했다. 지금 있는 곳은 한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역세권이라 가격은 만만하지 않으나 불편한 것은 없다. 길치인 나는 뭐든 한 곳에 있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곳을 정하긴 했다.

그래서 심지어 항공버스도 탈 수 있어서 난 좋다.



친구들은 나에게 "한강뷰 좋은데?"라고 하는데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하면 "그럴 수 있겠다.."라고 한다.

그래.. 나에게만 적용되는 한강뷰는 잠깐 보는 버스 안이 전부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해마다 생활고 아니면 자신 안의 싸움으로 한강에서의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그래서 난 출퇴근에서 보는 잠깐의 한강이 더 좋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너 돈 없어서 그런 거 아니야" 아 물론 아주 좋은 뷰는 돈이 없다. 그렇다고 한강뷰룰 포기 할 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소식을 접하면서 까지 있고 싶지 않은 건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대교를 건너면서 봤던 용기를 내라고 하는 문장들이 한 사람에게만 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의 내 집이 더 좋다. 잠깐씩 보는 노을 지는 한강에서의 모습을 가끔 휴대폰에 저장을 해 둔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도 결국은 한강을 좋아하지만 즐기는 자로 남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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