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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31. 2023

갱년기는 처음이라서.

엄마의 갱년기

요즘 우리 집 화두는 엄마에 갱년기다. 훨씬 앞서 당겨 써야 할 저금처럼 미리 태풍이 지나갔어야 했는데 우리 엄마는 조금 늦게 온 것 같다는, 아빠 말씀에 따르면 엄마에 기분은 하루 열두 번 이상씩 바뀐다고 연애할 때도 하지 않으시던 화냄과 성냄 그리고 웃음이 이렇게 바뀌니 힘들다고 전화를 하셨다.


결국 자식들에게 호출을 하신 거다. 우리라고 딱히 대안이 없어서 많이 웃어드리고 전화를 자주 드리겠다고 했다. 아빠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자전거를 많이 태워 드리기로 했다시며 늘 자전거를 손보는 일이 아침 과제 중에 과제라고 하셨다.


난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자에 없는지 지금까지 쭉 혼자 살다 보니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요즘 부쩍 이러다 정말 혼자 살게 되는 거구나,라는 멍한 생각에 엄마 아빠를 보면 저렇게 사는 모습도 괜찮은데라는 방향으로 이끌자 슬쩍 내 주위를 살피니 다 결혼을 했다.


 물론 그들 중에는 결혼을 권하는 이들이 있고 절대 아니 다를 외치는 이들도 있으나 내가 다 어찌 알겠는가.

여하튼 여기까지 각설하고 우리 엄마는 갱년기 그리고 빈집 증후군으로 우울함이 크다고 결론을 받았다. 정신과 상담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래서 자식들은 돌아가면서 전화를 하고 용돈을 드리고 찾아뵈어야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다 잘 될 수 없기에 늘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어제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늦은 저녁 자려고 누웠는데 온 전화에 쓱 하고 받은 목소리에 엄마는 매우 절제된 목소리를 하셨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서 인사를 가볍게 하고 엄마에게 서울로 놀러를 오시라고 권했다.

엄마는 "더운데 무슨 서울"

난 "이제 가을이야"라고 했더니 엄마는 "하긴, 여기는 촌이라서 새벽에는 바람이 다르더라. 그리고 우리는 잘 있으니 걱정 말아라"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계속 입에 맴돌았다.

"엄마 요즘 힘든 게 뭐야?"

엄마는 큰 한숨을 쉬시더니 "글쎄.. 그냥 그렇지. 매일 좋을 수 없으니까.."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번주에 고향에 갈게"

엄마는 "아니야, 바쁜데 뭐.."

난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가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말리셨다. 그리고 이어진 엄마와 대화에서 왜 엄마가 심기가 불편한지 알게 되었다.


엄마와 절친인 김 씨 아주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은 정말 오랜 친구분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뵌 분인데 갑작스러운 암투병에 괜찮아질 거라는 소식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셨고 1차 암을 거뜬하게 이겨 내셨는데 그다음 다시 암이 찾아와서 전신에 암이 퍼져서 결국은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단다. 그 이야기를 하는 엄마에 목소리는 한없이 가늘었다. 그리고 마냥 울먹이는 엄마에게 울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시집살이 없이 엄마는 사셨다고 하셨지만 그게 사실이겠는가, 아 물론 우리 할머니는 시집살이 없는 편에 속한다. 매우 쿨하셔서 제삼자인 내가 봐도 그리 볶아대는 성격은 아니시다. 그래서 엄마는 늘 할머니가 좋으시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늘 좋을 수 없으니 힘드실 때마다 그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지내셨다. 그런 친구분에 부고를 듣고서 엄마는 맨이 깨치셨다고 했다.

가족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이 상황이 안타까웠다.


엄마는 "몽접아 살면서 말이야.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한 가지를 들었는데 말이야. 살면서 친구 3명이 있으면 늙어갈 때, 그럼 성공이라고 했거든. 지금.. 음.. 딱 2명이 남았어. 한 명은 아주 오랜 친구 한 명은 너도 아는 우리 옛날 아파트 아래층 아줌마. 그리고 그 한 명은 지금 돌아가신 아줌마. 그런데 이렇게 떠나는 걸 보니 말이야. 사람은 누구든 죽을 수 있지. 그런데 그걸 감당한다는 게 숙제 그 이상인 것 같아. 몽접아, 너는 사람이든 돈이든 사물이든, 너무 많은 에너지를 붙지 말고 딱 견딜 수 있는 에너지는 남겨두고 소비하고 살았으면 한다"

속으로 '아' 했다. 감동이었다. 난 "엄마는 이런 상황에서도 현명하네"

엄마는 "나이가 드니 말이 많네. 미안해"

난"아니, 엄마 힘들면 언제든 말씀하셔"

그렇게 이야기는 거의 1시간을 전화로 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엄마에게 늘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다음날 괜히 걱정을 시킨 것 같다시며 미안하다며 전화를 또 주셨다.


내가 힘들 때면 늘 엄마를 생각하는데 엄마는 자신이 힘들어도 오롯이 자신이 다 끌어안으려고 하신 듯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엄마, 내 브런치가 발행이 되면 항상 제일 먼저 글을 보시고 문자를 보내주시고 부족한 글에 따뜻한 바람을 넣어주시고 내 길에 늘 응원을 제일 먼저 해주시는 당신이 있어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부족한 자식이지만 언제든 힘들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늘 당신은 최고였습니다. 앞으로도 최고일 겁니다. 당신에 빈자리에 늘 제가 함께함을 잊지 말아 주세요. 곧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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