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은 싸우고 암컷은 따른다.
밤비는 평화로운 자연의 일상과 인간의 욕심을 보여준 작품이라 불린다. 하지만 과연 인간이 없는 게 평화로운 모습일까? 디즈니는 밤비에서 자연이 무조건 평화롭지는 않다고 보여준다. 오늘은 그 장면을 보며 자연의 냉혹함을 말하겠다.
밤비는 어릴 때 만난 암컷 사슴인 펠린과 연인이 되려는데 한 수컷이 막아서며 밤비와 싸운다. 심지어 펠린을 강제로 데려간다. 밤비와 수컷은 격하게 싸우는데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끼리 싸우는 모습이다. 자연은 다른 말로 야생이다. 야생은 인간의 손을 벗어난 상태지만 꼭 평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디즈니는 해당 장면을 어둡고 격동 있게 표현했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수컷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해당 장면을 보며 평화롭다고 느낄 사람은 없다. (암컷이 싫어해도 강제로 짝짓기 시도하려는 수컷 모습을 보고 평화를 느꼈다면 진지하게 상담받아보길 추천한다.) 자연은 인간 손을 안 탓을 뿐, 언제나 긴장해야 하는 전쟁터다. 물 마시다 포식자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기도 하고, 먹이를 구해 집에 왔는데 새끼가 포식자에게 먹히기도 하고, 임신했지만 수컷이 도망가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새끼의 목숨을 끊기도 한다. 걷다가 다른 개체 영역이라 공격당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침입자에게 모든 걸 뺏기기도 한다. 해당 장면만 봐도 펠린은 처음 보는 수컷과 강제로 짝짓기 당할 뻔했다.
물론 해당 모습을 인간의 잣대로 옳다, 옳지 않다 할 자격은 없다. 자연에서 중요한 건 생존이고 동물은 생존에 맞춰 살뿐이다. 해당 장면이 위 내용을 잘 보여준다. 밤비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밤비와 수컷이 싸우는데 펠린은 가만히 구경한다. 밤비와 짝이 되고 싶다면 밤비와 함께 그 수컷을 공격하거나 수컷에게 화내면 된다. 사람으로 치면 서로 호감 가는 남녀가 썸 타는데 웬 처음 보는 남자가 둘 사이를 막고 싸움 걸어서 싸우는데 여자는 가만히 구경하는 격이다. 왜 펠린은 구경만 했을까? 그게 자연선택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생존이 중요하다. 생존에 유리한 건 강한 개체다. 모든 암컷은 생존에 유리한 강한 자식을 원하니 강한 유전자를 줄 강한 수컷을 원한다. 실제로 밤비와 싸운 수컷 모습은 밤비보다 늠름하며 뿔도 크고 화려하다. 때문에 펠린은 둘의 싸움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 만약 밤비가 패배했다면 펠린은 오랜만에 밤비를 만나 인사만 하고 그 수컷과 원치 않는 짝짓기를 하러 갔을 것이다. 동심파괴로 보이지만 자연에선 당연한 현상이다. 생존이니까. (물론 수컷이 펠린을 데려갈 때 밤비를 계속 불렀다. 하지만 펠린은 저항하진 못한다.)
바다코끼리는 88%의 교미를 겨우 4%의 수컷이 차지한다. 평생 교미 한 번 못하고 죽는 수컷이 넘쳐난다는 의미다. 사자도 1~2마리 수컷과 10마리 이상 암컷이 한 무리를 이루고 모든 암컷과 교미하는 하렘 왕국이다. 새로운 수컷이 왕이 되면 모든 암컷은 그 수컷이 싫어도 따른다. 강하니까. 자연은 언제나 강한 수컷이 기회를 얻고 암컷은 싫어도 따른다. 약한 수컷을 원하는 암컷은 없다. 자신과 자손의 생존과도 연관되니까. 강한 수컷만이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이란 행위로 복제하고 후세에 남긴다.
인간 기준에서 보면 매정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처음 보는 상대가 더 매력 있고 돈이 많아서 썸타거나 사귀던 상대를 버리고 갈아타면 기회주의자라 욕한다. 하지만 인간은 야생과 달리 생존을 위해 강한 개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적어졌고 기준이 달라졌을 뿐이다. 문화와 사회, 교육, 의료는 약한 개체도 생존 가능하게 만들었고 공동체 사회는 서로 만날 기회와 커뮤니티가 넓어지며, 외면뿐 아닌 내면도 알게 해 주기에 첫인상 만으로 짝을 정하지 않고 오래 알아가며 사랑하게 했다. 인간도 화려하고 매력 있는 존재에게 눈이 가고 구애하는 건 사실이다. 이는 생물로서 당연하며 나쁜 게 아니다. 인간 사회에서 강한 개체란 자본이 풍부한 개체다. 야생에선 힘이 영역을 넓히고 권력을 주지만 사회에선 자본이 힘이 된다. 즉, 돈 많고 매력적인 상대에게 끌리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인간만 다른 동물과 달리 힘과 외모만 보며 상대를 고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을 뿐이다. 인간과 동물은 기준이 바뀌었을 뿐 본질은 같다. 둘 다 환경에 살아남기 유리한 짝을 원한다.
결국 디즈니의 밤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이지만 꼭 평화를 의미하진 않으며 거친 부분도 있다고 알려준다. 자연은 야생이다. 그걸 파괴하는 게 인간이라 자연은 다른 기준을 생존 방식으로 채택할지도 모르지만 영화 밤비는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동물 세계가 꼭 평화로운 모습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연이 평화로운 모습뿐이면 누구도 정글에 조난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밤비의 한 장면을 통해 자연의 거친 면을 이야기했다. 해당 내용을 통해 영화를 더 폭넓게 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사실 저번 시간 글이 정말 마음에 들게 잘 나왔지만 너무 많은 걸 담은 탓인지 역대급으로 반응이 적어 이제부턴 내용을 조금씩 담으려 한다. 읽어줘서 감사하고 다음에도 밤비 관련 글로 찾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