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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경쟁 없는 부자연스럽고 평화로운 숲

주인공이 모두 여리고 부드러운 이유

by 김조닉

저번 시간에는 밤비에 나온 자연에서 거친 부분을 설명했다. 이번에는 반대되는 내용을 말하겠다. 밤비는 재밌고 아름답지만 숲 생태계가 어색하다. 디즈니는 야생을 부드럽고 여성스럽게 표현했다. 오늘은 해당 주제로 이야기 하겠다.


소녀같이 부드럽고 수줍은 자연 속 동물


밤비는 소녀같은 영화다. 야생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거친 부분은 거의 없고 여리고 부드럽다. 저번 시간에 자연은 냉혹하다 해놓고 무슨 소리냐 할 텐데 영화 캐릭터와 배경 묘사가 부드럽다는 의미다. 먼저 캐릭터가 순하게 생겼다. 영화를 안 보고 포스터만 보면 주인공을 암컷이라 착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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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가 제작된 1940년대는 세계2차대전 때문에 남성, 여성이 해야하는 의무를 확실히 구별하던 시기다. 즉 남성적, 여성적이 극명하게 나누고 묘사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영화는 야생 동물만 출연하는 자연을 표현한 영화임에도 거칠거나 무서운 인상을 가진 동물은 사냥개를 제외하고 등장하지 않는다. 귀여운 수컷토끼, 순한 얼굴을 한 숫사슴, 소심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수컷 스컹크 (심지어 이름이 flower(꽃)이다.)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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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사람은 스컹크가 암컷이라 착각한다. 성격과 목소리도 부드럽고 여리다. 소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안 나오고 소녀를 연상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 물론 영화를 보면 밤비는 수컷과 싸우고 펠린을 구하기 위해 사냥개와 싸운다. 총에 맞고 폭포에 뛰어들어도 살아남는 강한 수컷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외모, 성격만 보고 강인한 모습은 없다고 오해한다. (내 주변 어떤 사람은 밤비를 안 봐서 캐릭터에 선입견이 있어 여리고 순박하며 겁 많은 사람을 밤비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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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옛날에 나왔지만 수컷이 가진 남성성을 비틀었다. 행동은 강인하지만 외모는 여리다. 어찌보면 요즘 디즈니가 하는 pc주의 시초다. 생물학 성별은 따로 수술 하거나 약물 먹지 않으면 불변하지만 남성적, 여성적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언제나 변동한다. 기존 디즈니 영화를 봐도 수컷(혹은 남성)을 밤비처럼 여리게 표현한 영화가 없다. (덤보는 성별이 뭔지 모르니 열외로 넘어가자.)



포식자가 없는 자연과 포식자가 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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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숲이 부드럽고 부자연스러운 이유가 포식자 부재다. 유일한 포식자는 부엉이지만 사냥을 하지 않는다. 부엉이가 가장 거친 외모를 가진 동물인데 이 마저도 부드럽게 묘사한다. 부엉이는 인자한 동네 할아버지 모습이다. 실제 야생이면 스컹크와 토끼는 부엉이 앞에 가지 않는다. 새끼 스컹크나 토끼는 성체 부엉이에게 먹이에 불과하다. 생존이 중요한 야생에서 누가 스스로 잡아 먹히고 싶겠는가? 동물이 가진 외모와 성격이 부드러워 영화에 나오는 숲은 평화와 아름다움,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멧돼지 처럼 거친 행동을 하는 동물도 없다. 그나마 거친게 숫사슴이다. 사슴이 야생에서 가장 상위 개체라 밤비는 숲의 왕자다. 사슴이 많으면 포식자도 한 두마리 있어야 정상인데 포식자가 없다. 숲에 포식자가 없으니 평화는 유지하고 동물은 생존경쟁을 하지 않아 거칠어야 할 이유가 없기에 부드럽다. 인간이 나타나기 전까진 숲에 긴장감이 없어 영화는 자칫 지루하게 보이며 자연은 여리다는 이미지를 준다.


반대로 인간이 다가올수록 인간이 가진 거칠고 냉혹한 성격이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리고 순수한 아이가 거친 야만인에게 공격 받는 이미지를 연상한다. 어쩌면 영화는 동물 입장과 사람 시선에서 자연은 평화롭고 부드러운 낙원이라 말하는게 아닐까. 무엇보다 거친건 전쟁 때문에 서로 파괴하는 문명 사회라고 디즈니는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자연이라는 평화로운 국가를 침범해 국민과 영토를 빼앗는 인간이라는 타국에서 온 존재는 당시 시대 배경인 세계2차대전 모습을 비춘다. 물론 영화 속 자연과 실제 현실에서도 황폐해진 영토는 회복하며 평화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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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자연은 어떤 모습인가. 밤비처럼 여리고 부드러우며 평화로운가, 아니면 언제 무슨 일이 벌이질지 모르는 야생인가? 확실한건 자연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이며 지금도 끝없이 변하는 장소다. 해당 변화에 인간이 많이 개입했다는건 부정하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자연은 인간에게 대항하기 위해, 혹은 인간 취향에 맞게 변화할지도 모른다. 때가 되면 정말로 영화 밤비처럼 인간에겐 부드럽고 아무런 해를 못 끼치는 장소가 될 터이다. 그런 장소를 우린 인공 정원이라 해야 하는지, 자연이라 해야 하는지 헷갈린다. 여러분은 자연이 어떤 모습으로 남길 원하는가? 우리는 지금 숲에 사는 수많은 밤비에게 어떤 숲을 선사하고 싶은가?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제노-




오늘은 밤비의 영화를 분석함으로서 무엇을 말하는지 이야기했다. 내용이 유익하고 도움되었길 바란다. 여러분은 오늘 글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가? 다음에도 밤비 관련 이야기로 찾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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