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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cool Apr 12. 2024

만개의 호수, 만렙의 의지 Part 2

나의 연애 이야기

나는 다시 환상을 꿈꾸었다.     

Teddy는 지금껏 만난 남자 중에서 제일 매력적인 남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하면 할수록 더욱 나를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이 심각한 고질병은 도무지 나을 생각이 없었다.

Teddy는 한 번도 우리 집 앞까지 바래다준 적이 없었고 집 근처에서 헤어지곤 했었다. 갖가지 이유로 집 앞은 오지 못하게 했지만, 다른 이들처럼 분명 나에게 어떤 벽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깊이 있는 관계에 대한 갈망은 있었으나 마음과는 다르게 헤어지는 연습을 늘 하고 있었다. ‘이 사람도 나를 떠나겠지’라고 생각해야 불안을 견딜 수 있었다. 정말 좋아했지만 Teddy가 나를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그냥 가벼운 만남만 추구하는 여자     


그러던 어느 날 Teddy와의 연애 중 Eric이 한국으로 왔다.     

내가 Brian을 보러 간 것과 흡사 같은 상황이었다. Eric과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지만 Eric은 나에게 미련이 있었던 것 같다. Eric이 도착한 첫날은 숙박 문제가 생겨 급한 마음에 Teddy에게 하룻밤 재워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Eric에게 신세를 졌던 미안함, Teddy에게 Eric과는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증명을 그런 식으로 어이없게 전가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Teddy와 Eric은 그날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다음 날 Teddy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별의 아픔은 잠시 뒤로한 채 Brian이 했던 것처럼 Eric을 위한 성실한 투어가이드가 되었다. 그가 나에게 정성을 들여 미국을 보여줬듯이 나 또한 그에게 성실하게 보답했다.     

“Teddy 역시 또 떠났구나. 결국,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어. 내가 그렇지 뭐”라고 자조하며 내가 그런 존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수박 겉핥기식의 연애를 하면서 완벽한 연애와 결혼을 꿈꾸다니. 그러면서 떠난 Brian을 원망하고 잠수 탄 Teddy를 나쁜 놈으로 취급했다. 가벼운 사람처럼 굴어놓고 상대방만을 비난하기도 했다.     

막연하게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 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받아들일 준비도 안 된 경계인을 자처했다. 얕은 물에 발만 담그고 심호흡 한번 하고 조금 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편안하면 이내 불안으로 나를 몰고 가야 다시 안정을 찾다가 다시 불안해지는 주기를 반복했다.     

사랑을 주는 법도 상대방과 편안한 상호작용을 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것도 모르는 그냥 환상만 쥐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나였다.      


내가 원하던 사람은 누굴까?      

나의 온갖 치부를 드러내도 나를 끝까지 사랑해 줄 사람. 내가 가난해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 내가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해 삐뚤빼뚤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주는 사람.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관찰하지 못한 채 상대방에게 바라기만 했던 나. 모두 가볍기만 한 만남….     


Brian, Eric, Teddy 모두 내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의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내가 적어도 진지하게 결혼을 꿈꿨다면 그런 진솔한 대화들은 나눠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나의 취약점들은 전혀 드러내지 않으며 인생의 중요한 ‘결혼’이라는 심오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려 하다니. 미련했지만, 그 당시의 나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감히 얘기할 수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나의 진짜 짝을 찾아가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그래야 길지도 짧지도 않을 내 남은 삶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게 될 테니까.      


나를 직면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아메리칸드림을 꿈꿨던 철없던 나에게 친절함, 사랑, 책임감, 신뢰를 주었던 그들에게 감사함을 보낸다.     


Hey! I've matured a little 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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