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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매트에 앉아

쉰세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주방 매트에 앉아



싱크대에 등을 기대고
주방 매트 위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가장 조용하고 아늑한 곳
인적이 드문 곳
이곳이 나의 보리수다

정오의 나른함과 잡념을 누르고
마음속에 질문을 담는다
끊임없이 답을 구한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싱크대 위에 쌓인 그릇들부터
깨끗이 비워야 한다는 걸

정수기 물 한 잔 떠서 마시고
멀리 창밖에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
모두가 결국엔 흘러갈 거라고 믿는다

아, 아이들 하원 시간이다
온갖 번뇌가 밀려온다
깨달음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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