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같은 학교 체계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우선 '지금 같은'을 쪼개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1. 학교란 공간에 모여서 있는 형태
2. 교사가 존재하는 수업
1부터 보면,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모여 공부하는 것이 계속될까. 이 형태의 가장 큰 장점은 부모에게 자유를 준다는 점이다. 코로나 때 원격 수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집에서 빈둥대는 아이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느라 괴로워했는가.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체재가 깨지는 건 아마도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대유행해서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좀 다른 얘기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관계의 기술을 익히려면, 일단 인간을 밀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인간관계를 언제 배우는가. 학교, 군대, 직장이다. 셋 다 사람들을 강제로 모아놨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관계는 힘들다.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서로 간의 거리는 지금보다 훨씬 먼 것 같다. 가만히 두면, 떨어져 있다가 외로울 때, 심심할 때 만나는 정도의 교류를 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가 끝나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다시 등교하는데 힘들어하고, 재택을 끝낸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학교의 기능은 부모에게 자유 제공하는 것, 그리고 인간관계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학습이나 이런 건 꼭 모여 있을 필요가 별로 없다. 원격 수업도 충분히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단 학생 관리가 안될 뿐. 하지만 모아 놓는다고 해도, 공부할 생각이 없는 아이들이 노는 건 마찬가지다.
2번, 교사는 꼭 필요한가. 나의 직업이 달려 있는 문제다. 학습을 위해서 인간 교사가 꼭 필요한가. 내 생각은 '아니다'이다. 인터넷 강의나 AI를 이용한 학습 관리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 인간인 교사는 더 이상 필요가 없나. 요즘 나는 2학년 국어의 대화하는 방법을 수업하고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솔직하게 말하기'를 가르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AI가 못 가르치겠는데.' 이 애매한 뉘앙스와 의미를 AI가 가르칠 수 있다면, 인간의 모든 직업은 아마 다 넘어가 버릴 것이다.
인간 교사는 필요한가. 필요하다. 무엇을 위해, 상호 작용을 위해 필요하다. 학생의 말에 대한, 행동에 대한, 인간적인 반응과 호응을 위해 인간 교사가 필요하다. 그것이 격려의 리액션일 수도 있고, 찡그리는 표정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은 아직 인간만이 해줄 수 있다.
오늘 수업하러 가서도, 풍부한 상호 작용, 격렬한 리액션을 해줘야겠다. 그것이 나의 역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