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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넓은샘 Oct 09. 2024

약 먹는 친구들

ADHD약 먹어야 하나?

  요즘 한 반에 적어도 1-2명 정도는 ADHD약을 먹는 것 같다. 물론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각 약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할 생각은 없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어떤 경우가 가장 예후가 좋은지 정리해 본다.


  일단,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약 먹어야겠다 싶은, 약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친구가 눈에 띈다. 나는 그 사실을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편은 아니다. 요즘은 ADHD에 대해 많이 알려져서, 부모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자신의 아이가 조금 다르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아이의 행동이나 수업 태도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면, 병원 진료를 한 번 권유하는 정도이다. 부모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는데, 얘기해 봐야 서로 마음만 상할 뿐이다.


  ADHD약은 부작용이 있다. 식용 부진, 무기력, 심한 경우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그중 식욕부진과 무기력은 약 먹는 친구들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부작용이다.

  자신의 아이가 밥을 잘 못 먹고, 병든 닭처럼 조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약을 자의적으로 줄이거나 끊어버린다. 또 약이 효과가 있어 차도가 보이면 약을 끊는다. 정말 마음이 답답하다.


  모든 약은 많건 적건 부작용이 있다. 약을 먹을 땐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소아과 단골이 셋이나 있다. 콧물 때문에 셋 중 하난 병원에 가고, 어떨 땐 셋 다 갈 때도 있다. 셋이 증상 다 다르고, 약에 대한 반응도 미묘하게 다르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은 항생제는 3일 치 밖에 처방을 안 해주신다. 그래서 3일마다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차도가 있는지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바꾸거나 조절한다. 어떨 때는 매일 병원 가는 기분이지만, 이렇게 해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합한 약을 먹게 된다.


  ADHD약, 분명히 효과가 있다. 예후가 상당히 좋은 경우도 많고, 학교 생활에 무리 없는, 나아가 티가 안 날 정도인 친구들도 있다.

  약을 먹는 초기에는 부작용이 거진 다 나타난다. 약에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부작용이 심하면 약을 바꾸거나 조절하면서 아이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것이다. 의사와 상담하면서.

  이렇게 꾸준히 관리하면서 약을 먹는 아이들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가 보인다. 반면에 제일 안 좋은 케이스는 약을 들쑥날쑥 먹는 아이들이다. 밥 맛도 없고, 졸리고 하니 아이는 약을 먹기 싫다. 그러면 먹었다고 속이기도 하고, 혀 밑에 숨기기도 한다.

  주변에 조울증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알 것이다. 조증 상태와 우울한 상태를 오고 가는 게 그 사람에게 얼마나 안 좋은지. ADHD약도 그렇다. 흥분하고 취한 것 같은 상태와 무기력하고 가라앉은 상태를 오고 가는 건 아이에게 매우 안 좋다. 아이는 어떤 것이 자신의 모습인지 헷갈리고, 안정적인 정착이 되지 않는다.


  난 약을 먹기를 권하고 싶다. 단 의사와 주기적인 상담을 하면서, 끊지 말고 꾸준히 먹었으면 좋겠다. 물론 약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상담, 훈육, 함께 계획 세우기 등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건 다음 문제고 일단 의사와 진료를 보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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