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지식 전달, 혹은 습득의 필요성에 대해 다뤘고, 나의 생각은 '필요하다'였다. 그럼 이번에는 학교 교육에서 기술 습득이 필요한가 생각해 보자.
기술, 또는 기능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알아보자. 내가 초등교사라 초등 교육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
우선 실과라는 과목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목공, 바느질, 뜨개질 등등이 떠오른다. 참고로 난 저 모든 것을 잘한다. 지금은 잘 안 하지만, 나무로 책꽂이 만들기나, 전류, 전압 측정, 납땜질하기도 가르쳐봤다. 선배들은 미싱으로 옷 만들기도 가르쳤다는...
몇 년 전인가, 코바늘로 수세미를 뜨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반짝이는 빨간 아크릴실로 눈을 학대하며 수세미를 하나 떴다. 선생님도 뜰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애들도 말이 없다. 다이○에 갔는데, 내가 뜬 것과 똑같은 것이 단돈 1000원에 팔고 있었다. '아, 난 무엇을 한 것인가.' 그때 난 무엇을 시키고, 무엇을 시키지 말아야 할지 정했다.
아이들의 삶을 확장시켜 주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만 가르치자. 그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수세미 뜨는 것, 재미있을 수 있다. 그게 아이 인생에 필요한 경험, 좋은 경험인가. 보류. 양말에 솜을 넣고 바느질을 해서 나만의 양말 인형을 만들기. 아이에게 좋은 기억, 추억이 되겠어. 채택.
아이의 기억에 좋은 기억, 경험의 나이테를 만들어 줘야 커서도 다시 시도해 본다. 그게 문화센터 인형 만들기 취미반일 수도 있고, 조리원의 애착인형 만들기일 수도 있다. '예전에 잘 만들었었어.' 하며 웃으며 만들 것이다.
목공도, 뜨개질도, 다 마찬가지다. 좋은 느낌으로 접해보는 것이라면, 한 번 더 해볼까 생각이 든다면 성공한 교육, 필요한 교육이다.
다음으로 예체능, 음악, 미술, 체육에서 배우는 기능들이 있다. 학교에서는 악기를 연주하고, 수채화를 그리고, 배구 연습을 한다.
일단 악기는 최대한 다양하게 접하는 게 좋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정규 교과 이외에도 예술강사를 활용하여 사물놀이, 컵타, 칼림바, 소금 등 다양한 악기를 가르친다.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꽹과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쉽지 않다. 이미 접해본 악기, 배워본 악기라는 것은 진입 장벽을 엄청나게 낮춰준다. 대금을 부는 삶이라니, 멋있지 아니한가.
삶은 풍요로울수록 좋다. 좋아하는 게, 잘하는 게 많을수록 행복하다. 악기 하나쯤 연주하고, 여행 중에 크로키로 그림도 그리고, 배드민턴이나 클레이 사격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삶이 재미가 없을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은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우리가 주 5일제를 시작하기 전에는 토요일에도 다 일을 했다. 최소한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시간이 많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기술 교육은 바로 컴퓨터 교육이다. 나는 컴퓨터 학원의 일 세대였다. 카세트테이프가 들어가는 컴퓨터를 처음 접했고, gw베이직으로 원도 그리고, 게임도 만들었다. 그땐 다 그랬다. 컴퓨터 교육이 내게 도움이 되었나. 아, 좀 애매하다.
일단 gw베이직은 좀 아니었다. 그걸 왜 배웠을까? 그땐 가르치는 사람도 뭘 가르쳐야 하느지, 왜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가르쳤다.
요즘은 온 나라가 코딩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내미도 코딩 과제를 들고 온다. 개인적으로 컴퓨팅 사고력을 키워주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본질적인 목표를 가지고 교육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gw베이직 꼴이 날 수도 있다.
차라리 한글이나 ppt 등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쓸모가 있었다. 이제 pc 사용이 급격히 줄고 있지만, 10년 이상 써먹었으니 배운 값은 톡톡히 했다. 그래서 동영상 편집이나, 공용문서편집 등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기능을 주로 가르치는 편이다.
이제 결론이다. 예전의 실과나 기술, 가정처럼 먹고사는데 도움이 되거나, 실생활에 필요한 걸 가르치는 건 무리가 있다. 가르친 것들이 미래에도 유효할지 생각해 보면 거진 쓸모없을 예정이다.
AI가 발전하면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을 가르치는데 몰두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은 대신해 줄 수 있어도, 인간의 삶을 충만하게 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