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SNS도 으쓱으쓱 잘한다.

목표의 기준

by 썬이

◈ 과거 내 목표의 기준



"다음 달 가희 결혼식인 거 알지?"

"다음 달 예림이 결혼식!"

"다음 달은 은아 결혼식!"

"다음 달은 은정이 결혼식!"

"일본 놀러 가는 날, 기억하지?"


특별한 날이 정해지면 그날부로 달력에 표기하고 D-day를 설정했다. 30일 뒤에 결혼식이구나, 40일 뒤에 여행이구나. 그렇게 다이어트를 시작했었다.

목표가 생기면 그날까지는 독했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고,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목표가 사라지면 이유도 사라졌다. 요요는 그렇게 왔다. 특별한 날을 위해 몸을 빌려 쓰다가, 날이 지나면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처럼.


사실 몸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이유를 딱히 찾지 못했다.


여자는 자고로 예쁨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랜 시간 살이 쪄서 그런지 누구에게도 예쁨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가끔은 부모님에게도 혼이 났다.


"아침부터 이런 거 보니까 살이 찌지."


나는 그저 엄마가 틀어놓은 생생정보통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출근길에 먹을 방송 본다고 혼이 나고는 했다. 참나. 아빠는 너무 해.

친언니도 본가에서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불렀다.


"야, 돼지새끼. 좀 그만 처먹어."


언니는 장난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심한 말도 흘려들었다. 강한 자극으로 오지도 않았다. 그냥 그게 일상이었다.

살이 쪘을 땐 무엇을 해도 살쪄서 혼나는 포지션이었던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게 아니라, 그냥 살이 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이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나는 꽤 오랫동안 내 몸을 나의 것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 현재 내 목표의 기준


췌장암 수치가 높아진 이후로, 목표의 주제는 건강이 되었다.

그 한 단어가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 게 달라졌다. 결혼식도 없고, 여행도 없고, 마감일도 없었다. 끝이 없으니 조급하지 않았다. 급하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됐고, 무리하게 참지 않아도 됐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그렇게, 조용히 끝이 났다.

이번엔 제철 음식과 운동으로 시작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었다. 그냥 평생 할 수 있는 방식. 먹은 날은 다음 날 조금 더 움직이고, 쪄도 다시 줄일 수 있는 방식. 몸과 싸우는 대신 몸과 같이 가는 방식.


처음 SNS를 시작했을 땐 그것조차 몰랐다. 오늘은 1킬로 뺐어요, 2킬로 뺐어요. 숫자만 쫓았다. 몇 달을 하고 나서야 방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매일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작 무게, 이달의 목표 무게, 오늘 무게, 감량 무게. 단순한 숫자들인데, 쌓이니까 흐름이 됐다.

그래프는 길게 보면 분명히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 선은 매끄럽지 않다. 오른 날도 있고, 갑자기 뚝 떨어진 날도 있다. 파도처럼 전체적으로는 썰물인데, 매 순간은 밀려오고 있는 것처럼.

길게 보면 하향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 몸은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도 같이.

이상하게도, 마감일이 없어지고 나서야 처음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아졌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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