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에서 만난 다정함들은 관광지의 친절일까, 남부의 여유로움일까?
지금은 프랑스 남부로 내려와 곤히 잠든 친구 옆에서 작은 등을 켜고 혼자 글씨를 적습니다. 저는 도시와 거주지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써왔고 여전히 쓸 것이 남아 있지만, 도시의 초상이라는 말은 태어나 처음 쓰는 것 같습니다. 니스의 굿바이 인사는 다른 곳보다 훨씬 깁니다. 파리의 경우 Au revoir (잘 가, 다음에 봐), Merci(고마워) 정도라면, 이곳에서는 언제나 앞의 두 말에 Bonne journée(좋은 하루 보내) 혹은 Bonne voyage(좋은 여행 되길)까지 곁들여 줍니다. 꼭 잘 먹었다는 말이나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작은 안부와 사는 곳을 묻고, 니스가 마음에 드는 지를 묻곤 하는 이곳의 말들은 관광지의 친절일까요, 남부의 여유로움일까요? 다른 이, 그것도 낯선 이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삶의 고민은 남부의 햇살과 바닷가의 따가운 반짝임에 섞여 부드럽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런 순간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싼 음식을 먹거나 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좋고 평생을 대중교통만 타도 좋으니까 줄어드는 휴대폰 뱅킹 속 숫자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면, 연연하지 않고 매일같이 이러한 따뜻한 곳을 산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셀 수 없이 생각했습니다. 아주 부자가 된다면 니스에 집을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과, 아주 부자가 된다면 오히려 집처럼 무겁고 움직일 수 없어서 쉽게 짊어지고 떠날 수 없는 것은 절대 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동시에 했습니다. 그리고 젊은 날의 고민처럼 수도 없이 뱉는 "만약 부자가 된다면'이 현실로 옮겨졌을 때 두 번째 선택을 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고민 이전에 그저 행위를. 그렇게 움직이고 또 움직이기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