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괴테 하우스에서
프랑크푸르트에는 괴테 생가가 있습니다.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의 세계적인 고전 작품을 남긴 요한 볼프강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프랑크푸르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요, 괴테 생가는 박물관과 함께 관람이 가능합니다.
무용한 공간의 넓이는 부의 척도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갔고, 그렇기에 공간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괴테하우스의 경우는 계단의 폭이 굉장히 넓습니다. 계단을 올라와 마주하는 복도 역시 복도가 아니라 홀(Hall)이라고 생각할 만큼 아주 넓습니다. 그러한 복도에는 층마다 다른 가구나 사물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무용하거나, 약간의 쓸모를 가지고 있으나 매우 크고 무거운 것들입니다. 방이 아닌 여분의 넓은 공간에. 이불이나 빨랫감의 주름을 펴는 거대한 도구나, 빨랫감을 모아놓는 옷장, 그리고 아래 사진의 천문학 시계까지가 있습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간뿐만 아니라 별의 움직임과 같은 하늘의 움직임을 볼 수 있던 거대한 시계였습니다.
계단이나 복도와 같은 공간을 필요보다 넓게 만드는 것이 부의 상징이라는 안내서의 해설을 읽고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자꾸만 공간 효율을 생각합니다. 평수 대비 잘 빠진 구조나, 틈새 공간 활용, 버리는 공간 없는 수납에 대한 키워드는 집과 관련된 어플에서 상위 키워드를 차지하며 관련 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면 개인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점차 작아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전통 가옥의 마당과 대청을 약간이나마 대체했던 베란다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거실을 더 넓게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는 아예 확장형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주지 주변에 마땅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야외 공간도, 완전한 외부는 아니지만 실내와 실외의 중간지대인 베란다도 없는 것이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것일까요? 방해를 받지 않고 차를 한잔 마시면서 낮잠이든 독서든 휴식을 하면서 계절과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지금은 발코니의 작은 테이블에 커피를 한잔 내려놓고 새소리를 들으며 단편소설이나 시집을 읽는 것이 주말 아침의 루틴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그 시간만을 기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발코니는 해를 받으면서 야외의 소음을 듣고 바람을 느끼고 따사로움이나 선선함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외부의 방해가 없는 장소입니다. 이런 종류의 공간은 생활에 있어서 어쩌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였을지도 몰랐다고도 생각합니다. 방에 딸린 발코니는 50x50cm 정도 되는 작은 테이블과 역시나 작은 의자 2개, 그리고 작은 빨래 건조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작은 공간인데도 이 공간의 유무는 일상의 만족을 크게 좌우하는 듯합니다. 발코니나 베란다는 효율적이지 못한 공간이 아니라, 효율을 위한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 아닐까 했습니다. 쓸모없이 마련된 공간, 불필요하게 넓은 공간, 애매한 공간, 쓰임 없는 공간, 죽은 공간. 프랑스 남부에서 작은 발코니가 딸린 방에 살다가 이러한 공간이 아주 많은 괴테하우스에 방문하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쓸모가 없거나 애매한 공간이 하나쯤 있다면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어느 곳을 가면 좋을지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요, 많은 면에서 효율을 생각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효율성을 의도적으로 이용하지 않은 공간에의 방문은 여러모로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 Frankfurter Goethe-Haus ]
영업시간 : 월-일 오전 10:00-18:00
위치 : Großer Hirschgraben 23-25, 60311 Frankfurt am Main, 독일
공식 사이트 : http://www.goethehaus-frankfurt.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