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와 신하 사이는 부자간의 친근한 관계가 아니라
이해를 타산하여 나온 것이다
『 난 일(難 一)』
# 한비자에는 또 이렇게도 표현되어 있습니다 : 군신 관계란 계산을 가지고 결합되는 것이다 (『식사(籂邪)』). 군신 간의 관계는 이해타산에 기반하여 상호계산하에 형성된 사이, 즉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맺어진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대 기업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 조직 내의 관계는 이해가 맞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것을 사장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을 부리는 입장에서, 사장님은 부하들 각자에 대해 늘 손익계산을 하는 것이지요. 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 지를 늘 살피는 것입니다. 사장님과 부하직원 간의 사이를 쉽게 정의하면, '서로 계산하는 사이'입니다. 한비자의 표현을 빌면, '군주는 계산을 가지고 신하를 기르고 신하 역시 계산을 가지고 군주를 섬긴다. 군·신 서로가 계산하는 사이(『식사(籂邪)』)'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사장님이 이 이해관계 계산 및 이익 챙기기에 부하직원들에 비해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일반 직원들은 사장님에게 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사장님이고 오너님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 일반 월급쟁이들은 이 부분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아니, 민감하더라도, 나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장님을 향해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습니다. 최후의 수단이 이직이겠지요. 그 조직 내에서 사장님이 아닌 일반 직원이 승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 싸움에서 밀리면 떠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계산에 기반한 이해관계가 가장 강력한 조직 내 상하관계의 접착제인데, 이게 떨어지면 서로 더 볼 필요가 없기도 하고요.
반면에, 사장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들을 응징할 수 있는 카드가 상대적으로 더 많습니다. 대표적인 수단이, 조금 고상한 용어로 인사권이라고 하지요. 즉, 내 계산에, 내 이해관계 및 손익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인사권 등을 발동해서 치울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조직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뭐,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요.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복기해볼 일입니다. 자리 잘 지키고 있다가 갑자기 자리를 빼앗기거나 밀려나는 사람들이, 일을 못해서 밀려나는 건지, 사장님과 조직과의 이해관계에 맞추지 못해서 그렇게 되는 건지.
군주와 신하의 이익이 다르므로
신하들에게 충이란 없으며
따라서 신하의 이익이 성립되면
군주의 이익이 없어지는 것이다
『내저설 하(內儲設下) 육미(六微)』
# 요즘 기업에서 생활을 하면서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변화가 하나 있는데 경영진이 충성심/로열티 등을 직원들에게 어지간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이런 말랑말랑한 얘기를 해봤자 그 앞에서는 듣고 네, 네 하지만 뒤에서는 비웃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머슴들에게 충성심을 요구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기업 조직이 이런 정성적인 것을 구성원들에게 많이 요구했지요. 그런데 요즘 월급쟁이들, 제가 보기에 충성심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아니,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조직에 충성을 요구하고 더 몸 바칠 것을 요구하는, 사장님 이외의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갈데없고 현재 직장 아니면 대책 없는 고참들이거나 임원들입니다.
그래도 요즘 기업들은 조직 내 이해관계에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지는,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경영진과 주주의 이익이 최우선이기는 합니다만 직원들에게 상실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입니다. 그렇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해관계가 가장 큰 조직 운영 동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갈수록 '충'이라는 단어는 조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상호 간 이해관계만 남은 것입니다. (등기임원들은 어쩔 수 없이 충성하려나요, 일정 부분 법적인 책임이 있으니?)
# 혹자는 너무 건조한 거 아니냐, 그래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어도 가족들보다 더 자주 먹는데 너무 빡빡한 거 아니냐는 주장도 가능하고 충분히 동의합니다. 그런데 기업 내 관계의 본질은 이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건조하고 계산적인 관계가 기업을 유지하는 힘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신하의 이익이 성립하면 군주의 이익이 없어지기에' 조직은, 조직이 판단하기에 신하들의 이익이 과하게 성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때로는 과도한 반응을 보여 강력하게 거부하고 없애려고 합니다. 군주의, 주인의 이익을 침해받으면서까지 신하들의 이익을 보장해줄 생각은 1도 없거든요, 조직과 사장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