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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Aug 15. 2015

제 7 일 - 위화

슬픔, 분노, 그리고 사랑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위화의 작품은 한번쯤은 꼭 읽어볼 만 합니다.


제 7 일, 위화, 문현선 옮김, 푸른숲


* 한줄평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1. 시종일관 일관되게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쓸쓸하고 우울한 편인데요, 사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주 원인이겠습니다만 중국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여과없이 보여주다 보니 더 어둡고 쓸쓸해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전작들인 '허삼관매혈기'나 '인생'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솔직히 사람들간의 사랑과 화해와 현실 비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보니 힘이 좀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수작은 수작입니다.


2. 태어난 순간부터 험난했던 주인공 양페이가 짧은 삶을 불의의 사고로 마감하고 이리저리 떠돌면서 생전에 본인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그와 연관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3일째 이야기는 주인공과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너무 마음 아프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읽는 내내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런 일방적인 것 같으나 상호적이고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죽어서도 (대부분 돈이 없어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현재 중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과 연결시켜 적나라하게 말 그대로 까발립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의 격차, 관료들의 부정부패, 가진 자들의 더욱 심해지는 탐욕스러움, 앞이 보이지 않는 궁핍한 젊은 세대들의 절망스러운 삶의 모습까지,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그리 낯설거나 멀게 느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3.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구성이 7일간 벌어지는 일들을 서술하는 방식인데 이는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7일간 벌어진 천지창조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단 하나님은 6일간 천지창조하시고 7일째는 쉬셨다고 했는데 주인공을 포함한 수많은 망자들은 쉬지를 못합니다. 사실 죽은 후 망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형식'을 논외로 한다고 하면, 사회고발소설로 봐도 별반 무리가 없습니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죽었고 그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데 읽어내려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가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많은 것이 훨씬 치열한 현실 인식과 그에 대한 비판도 비판이지만 문체 및 문장 자체도 망자들을 다룬 소설답게 감각적이고 쓸쓸하고 우울하면서 감성적입니다. 보통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문장의 밀도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이 작품의 문장은 상당히 감성적이면서 밀도 있고 우울합니다.


4. " 그곳에 앉은 아이는 콘크리트 폐허마부드럽게 바꾸고 있었다."


"저들이 하는 말은 문장 부호조차 믿지 않아요."


"나의 슬픔은 출발도 하기 전에 이미 도착해 하차하고 말았다."


"먼 길을 날아온 듯, 그 부름은 내게 도착해서는 길게 늘어갔다가 탄식처럼 떨어졌다."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슬렁거렸다. 눈은 환하고 비는 어두컴컴해 아침과 저녁을 동시에 걷는 느낌이었다."


"내가 두려운 건 다시는 너를 못보는 거야"


"추억같은 고요에 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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