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부럽다”는 말을 듣는다. 퇴직한 선배들은 여전히 일하는 나를 부러워하고, 후배들은 안정된 모습과 주도적인 삶을 동경한다. 행복해 보이는 가정까지, 겉으로 비친 내 삶은 누군가의 부러움의 대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말은 내 마음을 늘 불편하게 한다. 한마디의 “부럽다”는 내 안의 치열한 싸움과 상처를 너무 쉽게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평온함 뒤에는 나이를 넘어 자리를 지키려는 안간힘이 숨어 있다. 나는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며 장점을 드러내려 하고, 단점을 감추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한다. 하루하루를 스스로 채찍질하며 살아내지만,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타인의 삶의 무게를 짐작하지만, 타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닌 듯 우리의 눈에 비친 타인의 모습도 전부가 아니다.”
이 말처럼, 내게 건네지는 ‘부럽다’는 말은 결코 내 삶의 전부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상처와 무게는 존재하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는 사실 꽤 예민한 사람이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쉽게 다치고, 우울과 불면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때로는 이조차 이겨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질책하며 더 지쳐간다.
한 달 전, 직장에서 클레임 문제로 매니저와 크게 다투던 날이었다. 순간 숨이 막히고 몸이 굳어 화장실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것은 단순한 다툼의 서러움이 아니었다. 수년간 눌러온 불안,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 스스로를 책망하며 버텨온 시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오랜 경력을 쌓아온 나라도, 작은 갈등 앞에서 결국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날 화장실 거울 속의 나는, 지치고 흔들리고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경력의 무게는 눈물을 가려주지 못했고, 나는 비로소 진짜 나를 마주해야 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보이지 않는 싸움과 고뇌가 있다. 내 눈물이 증명하듯, 세상에 손상되지 않은 삶은 없다. 상처와 흔들림조차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진실한 순간일지 모른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지는 짐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님을.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무게를 안고 걸어간다. 그렇기에 나의 눈물은 타인의 눈물과 닿아 있고, 그 부끄러움조차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언젠가 또 누군가가 나를 향해 “부럽다”라고 말하더라도, 나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말의 이면에 내가 감당해 온 고통과 시간이 겹쳐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흔들리며, 그러나 꿋꿋하게 나의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감추어온 눈물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