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붕어빵을 기다리던 시간

by 이영미

붕어빵은 팥으로 시작해, 이제는 슈크림, 피자, 심지어 고구마 맛까지 다양하게 변했다.

하지만 나에게 붕어빵은 여전히 팥이다. 그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질 때, 나는 언제나

겨울을 떠올린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동네 모퉁이에 나타나던 붕어빵 아저씨.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철판 앞에서, 나는 늘 그 냄새에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고소한 반죽 냄새가 겨울 공기 속으로 은은하게 퍼져갔다.

그건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겨울이 품은 온기’였다.


2003년 11월, 만삭의 몸으로 마지막 병원 진료를 마치고 나오던 날.

병원 앞에서 풍겨오던 붕어빵 냄새가 나를 붙잡았다.

너무 먹고 싶어, 아직 덜 구워진 붕어빵을 기다리며 서 있었던 그때의 나.

배 속의 아이가 조심스레 움직이던 순간, 그 따뜻한 냄새가 이상할 만큼 마음을 감싸주었다.

길게 느껴졌던 기다림조차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겨울이면, 붕어빵 냄새가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붕세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겨울 거리에서 붕어빵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편의점 불빛은 더 환해졌지만, 그 불빛 아래에서 익어가던 붕어빵 포장마차의 온기는

세월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 버렸다.

세련된 디저트는 넘쳐나지만, 붕어빵처럼 기다림이 있고, 손끝의 온기가 전해지는 간식은

이제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겨울밤을 걷다 문득 그 냄새를 맡으면,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한 손엔 따끈한 붕어빵, 다른 손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생명을 품고 있던 그 순간으로.


그때의 온도가 아직도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찬 바람이 불어올 때면, 가끔은 그 붕어빵 냄새가 내 마음의 겨울을 천천히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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