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큰 보름달, '슈퍼문'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밤.
나는 청승을 떤다.
가을, 해는 뉘엿뉘엿 떨어지고 어둠이 깔릴 때쯤, 스산한 바람이 부는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 시간을 나는 환장하게 좋아한다. 그리고 이맘 때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주제곡 '눈의 꽃'이 생각난다. 박효신의 허스키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와 어찌 그리 찰떡인지. 몇 번을 반복해 듣는 건 기본이다.
오늘도 '눈의 꽃'을 시작으로 20년은 더 전에 방송되었을 드라마 주제곡을 생각나는 대로 찾아 듣는다. 지금 다시 보면 드라마는 어딘지 세월의 맛이 느껴지는데 노래는 어제 새로 나온 것처럼 새롭게 들리는 것도 참 신기하다 싶다.
감성을 엿가락처럼 늘려버린 노래 때문인가 몸이 소파에 붙어버린 듯 움직이기가 싫다. 한 번 꼼지락거리는데 천근만근이다. 대신 머리는 귀찮은 게 없는지 생각에 빠지느라 바쁘다.
괜히 감상에 빠지기 딱 좋은 노래를 들었나? 생각은 잊고 있던 기억들을 들쑤신다.
거실에서 잘 보이는 방이 있다. 아이의 방이지만 예전에 엄마가 쓰시던 방이기도 하다. 몇 달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곳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가 누워있던 침대에 나도 누워 본다. 따스하다. 엄마가 못 견디게 그리운 건 아니지만 강물 밑바닥을 조용히 흐르는 물 같이 그립다. 강물 위에선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데 밑바닥은 그것과 상관없는 물이 조용히 흘러간다. 내 그리움은 그냥 요동 없이 늘 흐른다. 이 침대는 아이도, 남편도 하물며 나도 들락거리며 사용한다. 그런데, 엄마만 생각난다.
"엄마, 잘 있겠지?"
마지막으로 아델의 'hello'를 틀어놓는다.
에고, 이 노래는 왜 틀어가지고...
몇 년 전, 아이 고모부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마지막 발인 날 아침, 집에서 장례식장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나왔던가?
헬로... 하는데, 그 말이 왜 그렇게 슬프고 아픈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 얼른 꺼버린 그 노래다.
스토리가 있는 노래는 내게 와서 꽃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생명을 얻는다. 노래가 생명을 얻고 존재감을 드러낸 위한 묘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