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길
성과와 보상
허영만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구성된 Tvn 미생에서는 직장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킨 드라마이다.
“직장인이 월급과 승진 빼면 뭐가 있겠나” 며 극 중 대사를 통해 우리들 가슴을 후벼 파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맞는 말이다.
뭔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들킨 것 마냥 얼굴이 빨개지지만, 직장인의 기쁨은 월급인상과 승진이다.
그 밖에 무엇이 또 중 하겠는가.
비서에게도 역시 월급과 승진이 동기부여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비서가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만큼 보상을 받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일단 비서의 소속이 그러하듯이 대부분 기획이나 경영지원 소식이 되고 다른 팀원들과 동등한 방법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평가자는 내가 일하고 있는 담당 임원이 아니라 속해 있는 팀의 팀장일 경우가 많고, 그 팀의 팀장은 가끔씩 보게 되는 비서보다는 부서의 여러 업무 파이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팀원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을 자주 접하면서 비서는 처음엔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게 되면서 “받는 만큼 하면 되는 것이고, 인정받지 못하는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게 된다. 뭔가 개선되지 않고 이런 상황이 여러 해 지속하게 된다면 슬슬 어느 정도 적당 선에서 타협하는 일의 성과를 보여주게 된다.
나도 한동안 비서의 성과 보상에 관한 궁금증이 있어 여러 논문과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화여자대학교 석사논문에서 비서의 성과평가에 관련된 내용을 접하게 되었고, 그 내용은 비서의 담당 임원이 비서를 직접 평가함으로써 비서에게 직접 동기부여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이고, 담당임원이 직접 전부를 평가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은 소속팀장과의 평가 요율을 나누어 합산하는 형태로 보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많은 조직의 인사평가방식은 단순화하기 어렵고, 비서의 업무를 정량화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항상 비서의 성과평가와 그 보상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비서는 최전방에서 임원을 보좌하고 보좌하는 각각의 임원의 업무 지시에 따른 수행이 이루어지는 점들을 감안하여 정량적 평가에만 국한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모든 업무내용을 나열하기 어렵고, 보안이나 여러 가지 다른 사정들로 상사와 비서만이 인지하게 되는 상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혹여, 비서일 쉽잖아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한 달 만이라도 업무를 전향해 비서로 살아 보길 권한다..
사람이란 분명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알게 된다. 비서에 대해 더 많이 경험하고 어떤 업무들을 하는지 겪어보고 난 뒤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하루에 단 10분을 보고하면서도 상사 앞에서 당황하는 사람이 하루 종일 그 상사의 업무지시를 받고, 전달하고 수행하고 완료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실수 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면 그리고 그런 마음을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굳이 비서와 현업을 나누지 않고서라도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업스태프들과 함께 평가하지 않고 비서들을 따로 평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는데, 하는 일과 성격이 다른 파트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보다 상대평가에서 벗어나 절대평가의 방식으로 본인이 스스로 세운 목표와 그 목표의 실행 정도로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향이 될 것이다.
조직과 회사 문화에 따라 성과평가의 방식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그 방식이 담고 있는 가치는 모두가 하는 업무에 관한 정당한 대우가 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