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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l 26. 2023

잊어야 다음이 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들

나는 자책이 심한 편이다. 겉으로는 명랑한 0(더글로리: 강현남)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속으로 한없이 약하고 진지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진 않는지, 이일로 곤란함을 겪는 사람이 생기진 않는지를 늘 살피게 된다. 세상 피곤하게 사는 사람, 그게 바로 나 인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태생이 이런 것을.


이런 성격은 일을 할 때도 이어진다. 어떤 일에서 실수가 나올 때마다 무척 고통스럽고 내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지 열두 번도 더 생각하곤 한다. 비서라는 직업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큰일 나는 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직업은 그렇게 길게 반성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일은 쏟아지고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을 언제까지 반성의 구간에 머물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책과 반성은 굵고 짧게 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오롯이 잘해나가는 것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상사가 면접의 순간에 내게 한 질문이 기억난다.

“본인이 큰 실수를 했어요, 다른 일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할 건가요?”라는 질문이었다.


나의 대답은,

“순간 깊이 반성합니다. 그리곤 바로 다음 스탭으로 넘어갑니다. 그걸 잊지 못하면 그 기분에 휩싸여 다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대답이 상사가 원한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알 수 없지만, 지금도 나는 이런 법칙으로 일을 한다.


가끔 상사는 내게 "본인의 실수는 가볍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라는 농담을 하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자책감과 슬픔을 내비치지 않을 뿐, 스스로에게 큰 벌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완벽을 추구한다. 그러기에 누구보다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완벽이란 것은 없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는데, 내가 보기엔 완벽 해도 타인이 보기엔 그저 진행 중인 과정에 불과할 수 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완벽함을 추구하며 스스로 고통스러워 말고, 그 과정 속에서 배워나가는 즐거움도 경험해 볼 수 있길 바란다. 작은 성공의 시간들이 모여 큰 성공을 이루어 낼 자양분이 되어 주고 그것을 토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분명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패를 하더라도 부디 잠시 반성하고 다음스탭에서의 도약을 더욱 크게 해 보자.




사진출처:화랑점보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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