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잘딱깔센이 뭐라고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비서의 업무 센스에 의해 조직이 흘러가는 유연성과 상사의 업무피로도가 좌우되기도 한다. 뭐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얘기하는가?라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
특히 주니어 비서들에게 말하고 싶은 부분인데,
본인의 경험치에서 나온 지식과 지혜로 모든 일을 신속하게만 처리하려 하지 말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무조건 선배들에게 케이스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상사의 스타일에 대해 어느 정도 맞췄다고 생각이 들고, 상사가 이제 “0 비서가 알아서 해도 됩니다.”라고 하기 전까지는 독자적인 선택과 결정을 하지 말자.
매디컬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인턴들 들어와서 사고 치고 레지던트들이랑 펠로우샘들한테 혼나면서 듣게 되는 단골 멘트가 있는데 “넌 생각이란 걸 하지 마 시키는 대로 해 그게 정답이야.”라는 말.
조금 잔인하지만 그 말이 맞을 때가 많다.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주니어 비서들에게는 열정으로 견인된 업무처리일지 모르지만 사람마다의 선호도와 삶의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비서에게는 정답이지만 상사에게는 오답일 수가 있다.
상사의 경우는 특히 빠르게 성공한 케이스들이 많고 그렇기에 본인들의 스타일도 확고하다. 그런데 어느 날 신입비서가 와서 본인의 스타일대로 상사의 선호와는 상관없이 업무를 진행한다고 한다면 상사의 업무효율도는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예민한데 회의를 오전 9시부터 스케줄링해서 점심시간 전까지 채워놓고
오찬 후에는 잠시 쉬었다가 보고 받고 싶은데 비서는 성실하기까지 해서 상사가 쉴 틈을 주지 않고 하루 종일 보고와 회의를 하도록 빼곡히 스케줄을 잡는다. 심지어 출장 다녀와서 후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은데 다녀오자마자 대기 중인 보고가 3-4개…
그럼 어떨까?? 활자로 적어 두긴 했지만 내가 쓰면서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멍해진다.
사실 이건 스타일의 문제라기보다는 업무센스라고 보는 것이 맞는데,
이렇게 작은 것들이 쌓이다 보면 불편함이 갑자기 크게 다가오기도 하고 센스 없단 말 듣기 딱 좋은 상황인 것이다.
내가 예전에 주니어 비서였을 때 일을 말해보자면(1년 차)
상사는 서른 후반에 아주 젊은 분으로 아침을 안 드시고, 유학파라 그런지 나중에 보니 벤티사이즈의 별다방 커피로 아침의 행복을 느끼는 분이었는데, 아침 일찍 시작하는 그 보고와 회의의 연속이 너무 걱정 돼서 상사를 위한답시고 거창한 선식을 아침마다 준비해 드렸다.
.... 얼마나 난감했을까 이십 대 중반의 아무것도 모르는 비서가 상냥한 얼굴을 하고 내미는 그 선식을 받으면서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물론 상사에 대한 지극한? 마음은 알겠지만 서로 난감한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얼굴 뜨거운 에피소드이다.
일단 어느 정도 경험치와 노하우를 축적하기 전까지는 기본기를 쌓으며 상사의 스타일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인정받기 시작한다는 싸인이 오면 그때부터 본인의 취향도 적절히 제안하면서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처리하는 업무센스를 가져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