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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생강 Oct 27. 2022

고양이 로키로키가 나선 이유

길고양이로 인해 사라지는 멸종위기종을 모티브로 한 동화

'신들에게 온갖 나쁜 장난을 거는 아스가르드의 골칫거리 로키가 잡혀서 감옥에 갇혔다고 합니다'

TV속 영화에서 어느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나오는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던 새집 머리 남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거실 쓰레기 더미 위에 앉아 자는 척 했던 고양이, '로키로키'는 그 멘트를 듣고 살며시 실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두 눈을 번쩍이며 말했습니다.

"크악~ 그동안 아스가르드 '로키' 나쁜 장난을 잘해줘서  즐거웠는데, 이제  로키가 꼼짝없이 잡혔다니! 그럼,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점잖은 고양이, 로키로키가!”

남자는 갑자기 하악질로 떠드는 로키로키를 흘겨보며 "귀찮은 고양이! 또 혼자서 연극하는군!"하더니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캭! 언제는 나만 귀엽다더니... 이제 나는 짐짝 취급이지! 그래! 알았어!" 남자가 들어간 방문을 보며 로키로키는 두 앞발을 바닥에 마구 긁어대며 말했습니다.

청소하지 않은 지저분한 거실에는 먼지 더미가 작은  모양을 하고 폴폴 굴러 다녔고, 먹고 치우지 않은 음식들여기저기 쌓여악취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로키로키의 더러운 밥그릇 조차 텅텅 비어서 거실에 굴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날 , 남자가 방으로 들어간 사이 거실에 홀로 남겨진 로키로키는 컴퓨터 모니터를 켜고 캣튜브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방송은 모니터를 통해 통신 위성으로 전달되어  세계로 배포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길고양이들이여! 잘 들어라! 난 너희들에게 아주 중요한 말을 해 줄 로키로키님이시다!

지금 우리의 악당, 로키가 감옥에 갇히게 되어 더 이상 나쁜 짓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 로키로키가 대신 나서게 되었다! 이제 내가 너희들의 대장이 되어 우리 길고양이들을 배불리 자유롭게 먹게 해 주겠다.

다들 오늘도 굶었는가? 나도 오늘 굶어서 배가 등가죽에 딱 하고 붙어 버렸다!

길거리에서, 집에서!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면서 핍박받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 현실에 우리를 보살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던가? 깨끗한 물 한 방울도 구하기 힘든 것이 바로 우리 고양이들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나 로키로키는 여러 길고양이들에게 말한다! 거리에서 공원에서 들판에서 야생 어디서건 배가 고프면 원하는 대로 작은 동물들을 잡아 먹도록 하라!"

거리에서 쫄쫄 굶으며 숨어 있던 길고양이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로키로키의 소리에 귀를 쫑긋쫑긋하더니 '야옹! 이제 우리도 더 이상 배고프지 않겠구나!'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들판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집고양이 '소피'는 자매들이 봉제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박스 안에 앉아서 얌전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언니! 소피는 상자만 보면 너무 좋아하지? 네모 상자만 봤다 하면 쏙 하고 들어가"하고 동생이 말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소피가 허공을 바라보더니 앞발을 허공으로 내밀면서 '야옹 야옹'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자매들은 '우리 소피 좀 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꼭 무엇을 듣는 것처럼 행동하지? 고양이에겐 유령도 보이고 사람이 못듣는 소리도 들린다더니 정말 그런가 봐!"하고 말하였습니다.

집고양이 소피도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의 로키로키의 방송을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들판으로 숲으로 공원으로 달려 나간 길고양이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했습니다.

로키로키는 이 모습을 보고 '그래! 이제 더 이상 배고플 일은 없다! 인간들은 지구에서 저희들만 배불리 잘 살아보겠다고 우리를 학대하고 거리에서 쫓아냈다! 그렇지 않은가?' 라고 하며 길고양이들의 커뮤니티에 불을 붙였습니다.

전 세계의 길고양이들은 점점 더 강력한 포식자로 변해갔습니다. 그들은 마치 들판에 출몰한 작은 호랑이떼 같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고양이의 개체수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그럴수록 더 많은 생물들이 잡아먹히게 되었고 심지어 어떤 동물들은 멸종이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사냥을 재미 삼아하는 길고양이들까지 많아졌습니다.  


 한 방송국에 생물 다양성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나와 사람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지금 길고양이들 때문에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위험합니다. 배가 고픈 길고양이들이 왈라비,키위새부터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어요. 그 바람에 멸종 직전에 있는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길고양이들은 아무 데나 똥을 싸지요. 그리고 그 배설물들이 얼마나 환경을 더럽히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각 나라별로 멸종위기 동물들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대대적인 길고양이 사냥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길고양이의 엄청난 번식력에 개체수를 줄일 방법으로 길고양이를 잡아서 살처분하는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 애호가들과 국제NGO들은 이와 같은 살처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아무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해도 고양이도 생명인데 어떻게 함부로 죽일 수가 있나? 고양이의 생명은 가치가 없고 다른 동물들은 살아야 하는 가치가 있냐? 정말 비윤리적 선택이다!" 라고 하면서 시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로키로키는 이러한 사태를 보고 ‘살처분? 이것 정말 큰일 났다! 사냥 본능에 충실한  세계의 길고양이들에게 알린다! 각별히 몸조심을 하고 야생에 은밀하게  숨어 있다가 행동하도록 하라!’ 라는  지령을 캣튜브를 통해 실시간 방송하였습니다.


각 나라별로 길고양이의 포획과 보호가 쉽지 않자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은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고양이가 번식을 너무 잘해서 큰일입니다. 생포하여서 중성화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게 어떨까요?"  

"그러자면, 먼저 길고양이를 포획해야 하는데 자연스러운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그건, 고양이를 잘 이해하는 고양이 집사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좋겠습니다"

"고양이들이 상자만 보면 좋아서 상자 안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앉는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잠시만요! 우리 쪽 제보에 의하면 '로키로키'라고 하는 지능적인 고양이가 길고양이들 배후에 있다는 제보가 있던데요, 그 고양이도 포획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저희 쪽에서 추적하도록 하겠습니다."



'띵동 띵동'

"계세요? 여기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이 있어 왔습니다!" 현관 밖까지 악취가 진동하는 집 앞에서 경찰관 루이스와 맥스는 코를 막고 서서 현관 벨을 여러 번 눌렀습니다.

로키로키는 밖에서 인기척이 나자 거실 한구석으로 들어가 눈빛을 하얗게 빛내며 숨었습니다.

새집 머리 남자는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귀찮다는 듯이 걸어 나가 현관문을 살짝 열었습니다.

이윽고 경찰관이 깜깜한 집안으로 들어오자 파리떼가 정신없이 날고 음식쓰레기와 함께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이런이런! 이런 집에 로키로키가 살고 있었군요. 정말 사악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네요! 당신은 반려묘를 키울 자격이 없어 보이는군요." 경찰 루이스가 새집 머리 남자에게 다그치듯 말했습니다.

"바쁘니까 어서 고양이를 데려가자고!" 하면서 다른 경찰관이 작은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상자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진  로키로키는 슬그머니 상자속에 들어가 앉아 골골송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들이 고양이를 데려 가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는 새집 머리 남자는 현관문을 쾅 하고 닫고 들어 가버렀습니다.

이윽고, 상자가 경찰차에 실렸을 때, 상자 속의 로키로키는 나직막이 가르랑 대며 말했습니다.

"이제, 나 로키로키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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