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렁이 한 마리 살렸습니다.
오늘, 지렁이 한 마리 살렸습니다
날이 풀렸다.
비가 오려나 보다.
비가 오고 난 뒤 내천을 산책하면,
보도블록 위에서 말라가는 지렁이들을 보게 된다.
징그럽지만, 흙을 숨 쉬게 하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 동네는 점점 재정비 공사로 자연을 밀어내고 있다.
너구리, 뱀, 맹꽁이도 사라져 간다.
그러다 바짝 말라가는 지렁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치자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구출 작전을 펼쳤다.
방법은 간단하다.
'삽과 물'만 있으면 된다.
말라가는 지렁이에 물을 뿌리면 꿈틀거리며 살아난다. (처음엔 너무 징그러웠지만)
삽을 대면 스스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럼 흙으로 슉—! 던져주면 끝.
이 작은 행동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까?
하지만 한 마리라도 살리면, 흙이 숨 쉬고 자연이 살아난다.
어릴 때 말라가던 달팽이를
물웅덩이에 놓아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죽은 줄 알았던 작은 달팽이들은
물이 묻으니 신기하게도 다시 살아났다.
그때의 순간은 어린 나한테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해줬다.
'내가 생명을 살릴 수 있구나 !'
생각보다 엄청 간단했던 일이었는데,
뿌듯함과 놀라움은 컸다.
마음 속에 따스함이 번지는 느낌. 그때의 기분은 성인이 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하루에 한 가지씩 의미 있는 일을 해본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