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화려해졌지만, 더 외로운 지금
눈부시게 투박하고 따뜻했던 그 마음들이 그리워질 때
왜 나는 2015년 이전의 드라마가 더 따뜻하게 느껴질까?
2015년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금처럼 발전된 선진국 대열에는 들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선진국이 되어 좋아 보일지 몰라도, 그 이면엔 과도한 물질주의로 인한 경쟁, 저출산, 비인간화 같은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졌다.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손해 보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무관심해지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자주 2015년 이전의 한국 사회를 그리워한다.
지금의 미디어 중에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지만, 왜 옛날 드라마를 보면 촌스럽고 유치하며 투박한데도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걸까?
아마도 지금 사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너무 정제되고 완벽한,
마치 AI 같은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로맨스물에서는 여성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성격이 까칠하거나 자기중심적인 여주에게도 무조건적으로 잘해주는 남주가 등장한다.
그런 설정이 나에겐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요즘 드라마나 웹툰 속 여주들은 자기한테 손해 안 되는 것만 계산하고, 사랑은 받기만 하고, 때론 부담스러워하거나 거절까지 하는데도 끈질긴 구애를 받는다. 특히 웹툰 쪽은 더 심하다. 여주가 이기적이거나 부정적인 행동을 해도, 남주는 무조건적으로 반한다.
하지만 내가 본 『천국의 나무』나 『천국의 계단』의 여주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먼저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해변으로 가요』에서도 여주는 타인을 도울 줄 알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용감하고 선한 마음을 지녔다. 그런 여주들은 남주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존재로서, 정말 멋졌다.
요즘 로맨스 매체에서는 여주가 그런 감동적인 행동을 남주한테 하지 않아도, 그저 멋진 분위기나 외모만으로 사랑받는 경우가 많다. 이건 결국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쁘면 뭐든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나는 그런 설정들이 내면보다 외면을 강조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가뜩이나 sns로 삶의 행복 지표가 낮아지고 있는 요즈음,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특히 보여지는 것에 영향을 받기가 쉽다.
행복이란,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더 쉽게 느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나 또한 사람의 내면보다 외면을 보고 있을 때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요즘 나는,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
다시 옛날 드라마 한 편을 틀어보곤 한다.
촌스럽고 유치한 대사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건 아마도,
당시 드라마 속 인물들이 ‘어떻게 보일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 아닐까.
서툴러도 진심을 전하고,
상처받아도 사랑을 택하는 그런 사람들.
요즘은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려운 시대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마음을 놓치지 않고 싶다.
때때로 시대가 변해도,
마음은 오래된 이야기를 통해 더 선명하게 반짝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