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그때 그 드라마, 지금의 나에게

# 3. 순수한 마음이 있는 드라마

by 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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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옛날 드라마를 검색하다 보면, 댓글이나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게 되는 말이 있다.

“아휴, 막장이야.”

혹은 “이건 완전 막장이지.”

그런데 이상하다.

그 ‘막장’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작품들 속에서, 나는 오히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보았다.

상처가 묻어난 시간, 오그라드는 위로의 제스처, 그리고 진심 어린 사랑의 몸부림을 보았다.

물론 인정한다. 과거의 드라마들 가운데엔 정말로 자극적인 연출과 설정을 가진 작품들도 있었다.

소위 '김치 싸대기'라 불리는 장면이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증오하고, 복수하고, 배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 드라마들——

『겨울 연가』,『천국의 나무』, 『천국의 계단』, 『해변으로 가요』같은 작품들은 달랐다.

그 속 인물들은 다소 비현실적인 관계에 처해 있었지만, 놀라울 만큼 순수했고, 따뜻했다.

여주들을 한번 보라. 정말 들장미 소녀 캔디같이 정이 많고,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게다가 조금 유치하기까지하다. 하지만 그런 유치함이 나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처럼 보였다.


배다른 남매라는 설정이 있어도 그들의 마음은 더없이 정직하고 진심이었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우리는 외적이고 법적인 것에 지나치게 치우친 사회를 살아간다.

그래서 내면에 있는 '사랑'을 못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세상에 맞서 싸우는 방식 또한 고결했고, 눈물겨웠다.

시대가 옛날로 가는 드라마 주인공들일 수록 지금은 이해를 못할 정도로 타인한테 관심이 많다.

실속 잘 챙기는 똑똑하고 야무지며 무표정한 현대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정이 많고 어떤 고난 속에서도 잘 웃고 열정 넘치는 모습은 때론 고전적이기까지 했다.

마치 콩쥐팥쥐, 신데렐라, 백설공주 같은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처럼.

그래서 그 이야기들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슬프도록 순진한 사람들의 동화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막장’이라는 말을 쉽게 붙이기 전에,

우리가 정말 질문해야 할 것은 따로 있지 않을까?

"이 드라마가 얼마나 자극적인가."가 아니라

"이 이야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졌는가."

'법적'으로, '사회 규범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지 여부보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씨와 선택의 방향성' 이야말로

진짜 막장과 비막장을 가르는 기준이 아닐까.



나는 그런 이야기가 좋다.

세상의 판단보다, 인물의 내면이 중요한 이야기.

끝내 사랑을 선택하고,

끝내 상처를 안고도 다가가는,

그런 순진하고 눈부신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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