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

– 사라져도 남는 것들, 곁에 있어 더 빛나는 것들

by 은지


「오래된 것들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

– 사라져도 남는 것들, 곁에 있어 더 빛나는 것들


난 집에서 오래된 것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새것보다 마음이 더 편안해진다.

마치 마음의 고향에 돌아온 듯, 그 안에서 쉬어가는 기분이다.

그중 하나가 내 연필깎이다. 초등학교 시절, 1998년쯤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저 친구를 보면 공부를 가르쳐주던 엄마에게 공부하기 싫어서 어마무시하게 떼쓰던 초등학생 때의 나와, 일기장과 편지지를 마주하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세상은 변했지만, 내 손끝에서 연필을 예리하게 갈아주는 그 감각은 그대로다. 마치 타임슬립을 해주는 열쇠처럼.


사실, 전통은 꼭 한옥이나 초가집, 도자기 같은 거창한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엄마가 처녀 시절 입던 줄무늬 스웨터, 클래식한 겨울 자켓 같은 옷들도, 오래된 연필이나 칠판, 가방도, 모두 나만의 ‘작은 전통’이다. 특히 엄마가 입던 스웨터는 입는 순간 그 시절의 엄마를 상상하게 하고, 이유 모를 따뜻함이 가슴에 번진다. 스웨터가 따뜻해서인지, 마음이 따뜻해서인지 알 수 없다.

우리 집 화분들도 마찬가지다. 식물들의 학명을 그대로 부르는 건 차갑게 느껴져, 오빠와 함께 이름을 붙여주었다. 덩굴이는 덩굴처럼, 녹이는 녹보수라서, 샘이는 잎 끝에 늘 맺히는 물방울 때문에. 어린왕자 속 말처럼,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존재는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친구들과 평생 함께 늙어갈 것 같다. 영원히 곁에서.



우린 영원을 꿈꾼다. 아마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그 순간이 전해주는 감각은 충분히 영원하다.

옷 이야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나는 옷을 무조건 쌓아두지 않는다. 2~3년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은 기부한다. 그 공간은 백화점이 아닌 지하상가에서 산 옷들로 채운다.

요즘 지하상가들이 점점 사라져 가서 가슴이 아프다. 나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상인들의 숨을 살리고 싶다.

브랜드의 로고보다, 그 옷을 건넨 사람의 손길이 더 소중하다.


물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옷 몇 벌은 남겨두려 한다. 언젠가 내 딸에게 물려주기 위해 !

세월에 닳아 못 입게 되더라도, 그 옷을 보는 순간 엄마의 웃음을 떠올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

오래된 것들은 그래서 아름답다.

그것들은 시간을 품고, 사람을 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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