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사회의 구멍 난 책임감

무너지는 건 땅만이 아니었다.

by 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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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싱크홀, 사회의 구멍 난 책임감




『따꼼따꼼한 성장일기』 Ep.1

싱크홀, 사회의 구멍 난 책임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싱크홀 사고가 일어났다.

기사를 통해 본 사진은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삼킬 듯 아득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30대 초반의 배달 노동자였다.

주 7일을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오, 주여... 왜 가난하고 힘든 이들에게 이런 시련이 더 자주 닥치는 걸까요?"

나는 자꾸만 그런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산불, 재난, 사고. 왜 유독 약한 이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다치는 걸까.


오빠가 말했다.

가난할수록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그 말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가난이 문제인 걸까?

그래서 가난하면 안 되는 걸까?

우리는 재난 속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대신, "가난해서 그렇다"라고 단정 지으며 마음을 닫는다.

왜 그런가.

아마 우리 자신이 가난해질까 두려워서일 것이다.

가난을 개인의 실패로 낙인찍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하지만 정말 문제는 ‘가난’이었을까?


사고가 일어난 곳은 지하철 9호선 연장구간이었다.

지하철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르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우리 동네에도 지하철을!"이라는 현수막이 도시 곳곳에 걸린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열망.

그 열망들이 모여 서울은 오늘도 땅을 파고, 도시를 뒤흔든다.


나는 생각했다.

이번 사고를 단순히 '가난한 노동자의 비극'으로만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 간접적으로 이 비극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빠르게, 더 높은 가치를, 더 큰 편리를 바라며 선택했던 모든 욕망이

어쩌면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누구도 직접적으로 구멍을 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구조를 무심히 받아들이고, 편리를 추구한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국 누군가를 위험 속에 몰아넣는다면,

우리는 과연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기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우리는 이타적인 마음과 희생정신을 지닐 수 있는 존재다.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서,

무관심이 아닌 '연대'를 택할 수도 있는 존재다.


우리가 향하는 방향,

그것이 결국 우리 사회를 만든다.

편리와 이익을 향할지,

아니면 연대와 책임을 향할지.


보이지 않는 작은 선택들이

언젠가 거대한 균열을 막을 수도 있다.

아니면 또 다른 싱크홀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의 생명 위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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