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선을 견디는 것은?
책의 맨 앞에 '세상 모든 못난이들에게’라는 문구를 보고는 많은 생각이 오간다. 그 다음 장에 나온 초록색의 누군가가 “이리 가까이 와 봐. 내가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 이렇게 시작해서 더 눈길을 끈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쭈글쭈글 못난이 괴물이 살고 있었다. 그 녀석은 “한마디로 괴상했어.” 못난이 괴물이 괴상한 이유는 이빨도 다섯 개, 머리카락은 딱 세가닥, 피부는 초록빛이고 왼발이 오른발보다 살짝 커다랬기 때문이다. 자기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겁먹거나 도망가거나 머리에 돌을 던질까봐 무서워서 땅속에 숨어 사는 못난이. 사람들의 괴상하지 않은 모습을 부러워한다고 했다. 집 밖의 쓰레기통에서 쓸만한 것을 찾아내서 자기 집을 멋지게 꾸미는 취미가 있는 못난이는 이렇게 멋진 옥돌이를 만들어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눈다.
눈을 아주 꼭 감고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미난 일에
함께 하고 있다고 상상했어.
이런 못난이가 땅 위로 모험을 떠날 때는 바나나 껍질을 머리에 얹고 나간다.
못난이는 바나나 껍질 아래 숨으면,
아주 평범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지.
그렇게 아무리 즐겁게 지내고 나도 여전히 혼자라는 걸 깨닫곤 했던 못난이. 그런 못난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 있다. 바로, 사람들이 한여름 웃고 떠들면서 파티를 벌이는 ‘솜사탕 팬케이크 파자마 퍼레이드 대축제’. 못난이가 일 년 중 밝은 대낮에 밖으로 나가는 단 하루인 날. 못난이가 나갈 수 있는 건 바나나 껍질로 변장하면 깜쪽같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못난이는 바나나 껍질만 쓰면 되는데, 두둥, 쓰레기통이 비어있다. 울고 또 울고 상심한 못난이.
그런 못난이에게 누군가 물어보는 소리가 들린다. “올해는 퍼레이드 보러 안 와요?” 땅 위에서 어떤 아이가 못난이에게 말을 걸었다. 못난이에게!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아저씨가 오늘 없어서 괜찮은지 보러 왔다는 아이, 그리고 우리가 왜 당신을 무서워하냐고 묻는 아저씨. 내가 괴상하지 않냐고 묻는 못난이에게 아이와 아저씨는 자기들도 보기에 이상한 것들이 많다고 이야기해준다. 모든 마을 사람들도 함께.
그때 못난이는 비로서 깨달았어.
누구나 조금씩은 괴상하다는 걸.
그래서 우리는 모두 멋지다는 걸.
아이의 마지막 물음. 그런데 아저씨는 왜 바나나 껍질을 머리에 쓰고 다녀요?
지금껏 다들 못난이를 보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거야.
못난이가 삐뚤빼뚤한 이빨 다섯 개에,
머리카락은 세 가닥 밖에 없고,
까슬까슬한 초록빛 피부에다,
머리에는 바나나 껍질을 뒤집어썼어도!
못난이는 축제 수래의 맨 위에서 퍼레이드를 이끄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못난이의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해준 건 머리에 바나나 껍질을 쓰고 새 친구 쭈글쭈글 못난이를 환영해준 마을 사람들이었다.
학교에서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아이들의 마음이 점점 더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무엇 때문일까 늘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좋아진 탓일까, 아니면 같이 노는 놀이 문화가 없어진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경쟁을 더 심하게 시키는 성적 때문일까? 모든 것이 복합된 문제이겠지만 왕따 문제가 심해지고,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예전에도 그랬는데 이제는 그걸 민주적으로 푸는 것이라고.
글쎄, 잘 모르겠다. 내가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한 반에 40명이나 있었는데도 아이들의 왕따 문제는 많이 나타나지 않았었다. 선생님의 말을 더 열심히 들어주고, 친구들과 더 신나게 놀았었다. 요즘은 이렇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을 졸였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다 같이 바나나껍질을 쓴 사람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빛나 보였던지. 누군가 다르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여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게 점점 힘들어 지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미안한지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