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신은 아름답고 고고한, 그리고 평생에 한 번뿐인 젊음을 즐기고 있습니까?
아마 당신은 유년 시절부터 시작된 치열한 경쟁과 잔혹한 전쟁에서 여전히 살고 있을 테지요.
그리고 당신은 은퇴 후에도 돈을 위해 끝없이 전쟁터를 찾아다니겠지요.
젊음을 즐기는 것은 사치가 된 이곳.
늙어서도 일하기 위해 다시 경쟁해야 하는 이곳.
이곳에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이곳에서 지친 당신을 위한 초대장을 띄웁니다.]
평일 낮이지만, 거리에는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옷들을 걸친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어떤 젊은이들의 손에는 쇼핑백이 한 아름 쥐여있고 어떤 젊은이들은 값비싼 와인을 즐기며 시답잖은 연애 이야기가 한참이다.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구김도, 근심도 존재하지 않는다. 삶에 대한 걱정은 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단, 소수의 젊은이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 나라의 모든 젊은이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다. 젊음을 가장 값어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이곳이다.
이 나라에는 비노동자와 노동자만이 존재한다. 젊은이는 모두 비노동자에 속한다. 이들은 마음껏 젊음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는 나라가 보장해준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국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게 얼마나 큰돈이든 상관없다. 나라는 이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신용도 요구하지 않는다. 온전히 젊은이들을 신뢰할 뿐이다.
더는 젊음을 뽐낼 수 없는 나이가 오면 노동자가 된다. 나라는 시험을 통해 더 이상 젊지 않은 이들에게 딱 맞는 직업도, 직장도 제공해준다. 노동자는 자신이 일한 양에 맞춰서 퍽 높은 급여를 받으며 젊었을 적 국가에 진 빚을 갚는다.
이 나라에는 금리나 투기 같은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빚을 진다고 한들 이자 따위는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로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의 돈이 오가지도 않는다. 집은 그저 사람이 숨 쉬는 공간일 뿐이다.
이곳은 변동과 격동 따위는 절대 겪을 수 없는 안정적인 곳이며 모두 다 일할 수 있고 모두 다 젊음과 청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