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꽂기

2024.10.17.

by 김막스

북한산을 하산하다

모여서 쉬고 있는 산악회를 지나쳤다

4-50대 어른들이 서로 농담하다

“어? 말투가 서울이 아닌데? 어디 출신이요?“

말투를 들킨 상대는 당황하며

“강원도 강원도”하며 고개를 돌리곤 얼버무린다

그래도 멀지않은 춘천이라며 서울살이 30년이라며

뒤늦게 덧붙이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그들 사이 묘한 거리감

계급을 나누는듯 시작된 그들간 구별짓기

너도나도 들킬새라 눈치만보는

그 긴장감에 난 괜히 머쓱해져

서둘러 자리를 떴다


따지고보면 서울 사는

우리 부모세대 대부분은

빈손으로 상경해서

꼬깃꼬깃 이 악물고 터전을 이룬 세대

그 퍽퍽한 생활 속에서도

어금니 꽉 깨물어

서울 땅에 꽂은 작은 깃발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는 그 깃발 아래

그래도 쉬고 노는 아이들 모습에

힘든 노고 잠시 잊고 승리감에 취한다


서울 땅에 깃발 꽂기

부모 세대로부터 듣고 자란 승리의 사가

우리 세대에 스며든 성공의 잣대가 됐다

“OO구 XX동요?” ”자가요 전세요?“

말투로는 구별이 안되니

토박이를 갈라 계급을 나누는 방식

깃발 꽂는 것 이상의 표징을 얻기 위한

빚투쟁은 눈물겹다


주담대 대출을 조이기전에

한 가지 열어두어야하는 창구가 있다

”당신도 이정도면 성공했소“

부모 세대의 기준이 전부가 아니라 인정하며

찾아오는 모두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빼곡히 적은

깃발을 나눠주는 창구

우리 세대에게도 흩날릴 깃발은 필요하다

이 시대에 꼭 맞는 우리 모두의 깃발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무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