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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m Jul 04. 2024

살을 주고 얻은 것

일단 나는 없었다

   왜, 있는 자들이 더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분명히 살이 빠진 것은 확실했다. 헐렁해진  옷을 입는 대신  사이즈 작은 엄마의 옷을 입을  있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 또한 살이 많이 빠졌다고 모두들 입모아 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아직도 뚱뚱한 것일까.


   나는 여전히 내 몸에 만족을 하지 못했다.


   .


   3일째. 몸무게의 변화가 없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왜지? 내가 어제 너무 많이 먹었던가? 어제저녁에 과자를 먹는  아니었어.’ 순간 눈물이  돌았다. 거울 속의 나는 아직도 뚱뚱한 돼지였다.


   그래, 더 움직이자. 그래서 소비 칼로리를 올리자.


   결심을 하고 만보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그것에 멈추지 않고 매일 집에 오자마자 유튜브 켜고 홈트를 시작했다.

   또한 섭취 칼로리를 더욱 줄이겠다 마음먹었다. 처음으로 다이어트 앱을 깔았다. 목표 칼로리를 지정하고 목표를 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에 먹던 오트밀의 양과 도시락으로 싸가던 빵의 양 또한 줄였다. 또한 가족들과 항상 같이하던 저녁 식사도 칼로리를 측정하며 따로 하겠노라 했다.


   그렇게 나는 극단적으로 칼로리를 줄여나갔다. 아침은 350 칼로리, 점심은 400 칼로리, 저녁은 200 칼로리. 총 1000칼로리 채 되지 않는 양이었다. 그런 노력 덕에 삐그덕 거리며 멈췄던 몸무게는 다시 내리막길을 탔다.


   그리고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부모님이  무게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


   “엄마, 내 벨트 어디 있는지 알아?”


   어느 날. 비자 발급 문제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엄마에게 물은 단순한 물음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벨트? 벨트는 왜? 너 벨트 필요 없지 않아?”

   “지금은 필요해. 허리가 너무 커.”


   이것 . 그제야 엄마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은 순식간에 경악으로 가득 찼다.

   원체 헐렁한 옷만 입던 나였기에 아침 일찍 일을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엄마였기에 내가 자신의 옷을 입은 것을 보지 못한 까닭이었을 수도 있다.


   이제 내게 그녀의 옷은 너무 커져버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부모님이 나를 불러 새웠다. 부모님도 내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하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의 나는  누가 본다 하더라도 그리 행동하였므로.

    사람이 잠시 서로 눈치를 보다 아빠가 말을 꺼냈다.  킬로가 목표냐고.

   순간 머리가  하고 울렸다.


    목표가 뭐냐고?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아빠가 말을 다시 꺼냈다. 자신이 찾아본 결과  키의 아이돌들의 몸무게는 대략 48kg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내게 다시 물었다. 지금  몸무게가 몇이냐고 말이다.

   나는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날 아침의 나는 47kg. 내가 사실대로 말하자 부모님이 말했다. 그러자 부모님은 지금  상태 유지하자고 말했다. 지금도 충분히 말랐으니 더 빼서 좋을 것 없다는 식으로.

   하지만 나는 지금  몸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 그렇지만 내게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눈물이 차올랐다. 부모님의 말대로 예전과 달리 몸무게는 줄었다. 하지만 거울   모습은 여전히 이족보행을 하는  마리의 돼지일 .

   나는 다시 섭취 칼로리를 줄이겠노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눈치가 보여 대놓고 양을 줄이자 못하는 상황.


   그때부터 나는 흔히 말하는 먹토를 시작했다.


   부모님 앞에서는  먹는 , 꾸역꾸역 음식물을 입에 쑤셔 넣었다. 그런 ,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은 이제 당연해진 습관. 손을  안에 넣고 쑤셨다.

   하얀 위액과 함께 음식물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약 며칠 뒤, 마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 마냥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누군가 말만 걸어도 몸에 한껏 가시를 돋운 고슴도치처럼 뾰족하게 반응했다. 또한 몸에 영양소가 부족한 것인지 온몸이 축 처지며 기운이 없었다. 머리카락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눈치챈 아빠가 내게 말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다고. 더 빼지 말라고 말이다. 이 대로 가다간 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것들은 나의 다이어트를 멈출  없었다. 항상 그랬듯 부모님 앞에서는 그들의 말에 수긍했다. 그리고 그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는 죽을  다이어트를 지속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들키기 마련. 일주일 , 통통히 붙어있던 젖살마저 사라졌다.

   또다시 아빠가 나를 불렀다. 이렇다가는 진짜 잘못될 수도 있다면서. 뾰족하게 찔러오는 바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풍선은 바로 터지기 마련. 그렇게 아빠와의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지붕 아래 같이 사는 이상, 하루에 적어도   이상은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그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열을 냈다.


   어떻게든 딸을 살리기 위한 부모와 그런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 . 아빠는 항상 나를  때마다 몸무게를 묻는 것은 물론이었고 심지어는 내가 먹는 음식의 칼로리까지 찾아와  먹으라며 독촉하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잔소리로 들렸던 . 그에 반항하듯 나는 계속해서 나의 길을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사이는 갈수록 악화되어 갔다.

   아니지, 그저 악화도 아니었다. 우리는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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