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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m Jun 29. 2024

섭식장애는 말이야

갑자기 찾아오는 것

   나의 하루 첫 시작은 숫자였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매일같이 체중계 위에 올랐다. 그 짧은 몇 초가 마치 몇 시간이나 되는 것 마냥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침내 결과가 나타났다.


.


   요즘 사람들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글쎄, 정확하게는 모른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다이어트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 누구나 손쉽게 생활 곳곳에서 소셜 미디어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멋진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근사한 몸매와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동경했다.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엉망인 내 몸과 얼굴. 잘 움직이지 않는 탓에 흐물거리는 지방과 뚱뚱한 얼굴. 남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이 싫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싫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내리찍었다.


   그래, 이것이 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눈치가 보였다. 타고나기를 슬림한 엄마. 하지만 그것을 못마땅하게 보는 아빠. 하지만 나의 목표는 그녀의 몸매였으므로 부모님에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본체 소심한 편이었으므로. 하지만 부끄러움과 떨리는 마음보다 그때의 나는 내 몸이 더욱 싫었다.

   영혼의 단짝이었던 군것질을 끊었다. 동시에 저녁 8시 이후 금식이라는 단식 계획까지 세웠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싫어하던 운동을 하기 위해 부모님을 졸라 복싱클럽에 등록까지 하였으니 말 다하였다고 본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자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근 일 년간 변화가 없던 체중게의 숫자가 움직인 것이다. 그렇게 50kg. 드디어 정상 체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 여름날, 나는 가족과 함께 독일이라는 낯선 나라의 땅을 밝았다.


.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언어 학원에 등록했다. 독일의 아카데미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 위해 한국에서 공부하던 것의 몇 배로 공부했다. 매일매일 머릿속을 꽉꽉 채워가며 단어를 외웠다. 사교활동보다도 공부가 먼저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나라는 인간이 스트레스에 얼마나 취약한지.


   스트레스가 쌓이자 본능적으로 내 몸은 달달한 설탕 덩어리들을 찾았다.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웠다. 고삐 풀린 말처럼 끊임없이 먹기를 반복한 결과, 나는 금세 다시 비만이 되었다.

   나 자신을 혐오했다. 내가 싫었다.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이제는 음식이 무서워졌다. 어두운 밤은 깊은 바다 그 자체였다.


.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하였다.

   최대한 군것질을 먹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공부하기도 부족한 시간, 내 몸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언어 학원에 가기 위해 타고 다니던 지하철 대신 도보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몸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누가 그러지 않던가, 사실 다이어트는 식단이 70%라고. 내가 먹는 것은 여전히 기름진 음식들과 탄수화물이 가득한 것들 뿐이었다.

   내가 이민을 온 이곳, 독일의 음식들을 살펴보자. 빵집이 흡사 한국의 편의점처럼 널린 이곳. 밥 먹을 시간조차 없는 내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또한 급식과 집에서 아빠가 요리하는 음식들은 모두 기름진 고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섭취 칼로리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도시락을 들고 다니겠노라 부모님께 선언했다.

   독일에 이민 온 지 약 4개월, 이곳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니 따로 점심 도시락을 싸서 가겠다고. 저녁 식사는 언어 학원이 늦게 끝나니 학원에서 제공하는 쉬는 시간에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밥을 사 먹겠다며 말이다.

   결과는 점심은 오케이. 하지만 저녁은 되도록이면 집에서 먹어라였다.

   좋아. 점심만으로도 어떻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다이어트 레시피를 찾으며 식단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선정된 메뉴는 ‘오나오’와 ‘닭고야’. 아침은 간단하게 오트밀과 계란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점심은 닭고야로 도시락을 싸기로. 하지만 이곳은 독일. 고구마가 맛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독일인들의 주식인 빵으로 고구마를 대체했다. 저녁은 아빠가 해주는 음식을 원래 먹던 것의 절반만 먹기로 했다.


   그 후로 약 이주일. 생각보다 살이 잘 빠졌다. 일주일 만에 꽉 끼었던 바지의 허리가 헐렁해졌다. 심지어 들어가지도 않던 바지가 맞게 느껴졌으니.

   얼마 만에 본 50kg인가. 온몸에 희열이 들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약간의 중독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 딱 2kg만 더 빼는 거야’라는 목표를 만들며 나는 되새겼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그 바람을 이룰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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