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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m Jul 11. 2024

입원이 뭐 대수라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의 모든 후유증의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중에는 무월경도 포함되어 있었다.


.


   아빠와의 냉전이 시작되고 약 한 달 후, 나의 몸은 이제 눈에 띄게 망가 저갔다. 어느 날은 저체온증이 와 35도 가까이 체온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눈만 마주쳐도 열을 내던 사이였음에도 딸이 걱정이 된 아빠는 병원에 나의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마침내 병원 예약 당일. 간호사와 함께 키와 몸무게를 잰 뒤, 피를 뽑았다. 잠시 뒤, 심각한 얼굴을 한 의사가 들어왔다. 내 몸무게가 키에 비해 너무 적다며 몸무게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말. 매주 월요일, 등교하기 전에 병원에 들러 몸무게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았다. 그리고 피검사는 나오는 대로 알려준다는 말과 함께 의사가 다음 예약을 잡았다.


   “다음에 올 때 몸무게 늘려서 와.”


   의사가 인사를 하며 말했다. 부모님에게는 한줄기의 구원줄 같았던 한마디. 하지만 나에게는 완벽한 사망 신고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어떻게 뺀 살인데, 이걸 다시 늘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몸무게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요, 유지하는 것조차 거부하던 나였기에.


.


   “왜 줄었지? “


   그렇게 다음 주 월요일. 의사가 숫자를 보고 얼굴을 굳혔다. 당연한 결과였다. 먹는 걸 늘리지 않았으니.


   “너 여기서 더 줄어들면 입원시킬 거야.”


   나는 그의 진지한 말투에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그럼 나는 몇 달 뒤에 병원 신세가 되겠네.

   나도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숱이 많아 풍성했던 머리는 동물이 털갈이를 하듯 뭉텅뭉텅 뽑혀나갔고 몸에 에너지가 없어 만성피로가 생겼다. 생리는 예정일 보다도 한참이나 뒤쳐젔으며 무엇보다 체중계 위의 숫자가 나의 상태를 말했다.

   이제 내 무게는 40kg 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35kg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


   “병원에 입원을 하고 싶은 거야?”


   지금까지 아무 말 없었던 엄마가 말을 꺼냈다. 순간 짜증이 났다. 지금껏 내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두 무시했으면서. 특히 무월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듯 대수롭게 넘긴 엄마였다.


   “알 것 없잖아? 내가 병원에 입원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얼굴에 열이 올랐다. 흥분한 나는 더 이상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왜 병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어차피 결과는 안 바뀔 텐데! 살을 찌우라고? 아니? 안 찌울 거야. 차라리 굶어 죽고 말지!”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걸어 잠갔다. 눈물이 차올랐다.

   나도 이런 내가 싫었다. 이제 음식을 보면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이게 몇 칼로리더라?’ ‘이거 탄수화물 덩어리잖아.’ ‘이건 먹으면 안 돼’. 더 이상 음식의 본연의 맛은 잊어버린 지 오래. 나는 숫자의 노예에 불과했다.


   “야, 나와!“


   잠시 뒤, 외출을 했던 아빠가 돌아왔다. 소리를 지르며 방 문을 세게 두드렸다.

   화가 난 아빠는 무서웠다. 나는 대충 눈물을 닦으며 방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아빠와 그 옆에 서 있는 엄마. 대충 상황 파악이 끝났다.


   “넌 너만 생각해? 네가 잘못되면 우리 가족 전체가 망하는 거야!”


   아빠의 고함이 지속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음을 삼켰다. 눈앞이 뿌였게 물들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나에 대한 걱정에 대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에게는 그저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만이 중요했을 뿐.

   그렇구나. 지금껏 나를 챙긴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구나. 가족이 죽으면 귀찮아질 것을 대비한 노력이구나.

   날카로운 바늘이 계속해서 심장에 구멍을 냈다.

   모든 동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세웠다. 그리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 나는 더 이상 그들의 말에 수긍을 할 수 없었다.


   “어쩌라고! 그럼 나가서 죽는 건 되는 거야? 안 보이는 데에서 죽으면 되는 거냐고!“


   그제야 아빠가 입을 다물었다. 옆에선 엄마는 이미 한참 전에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침묵을 깬 것은 언제나 그렇듯 방문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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