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지원

'꿈속의 아이'는 현실의 내가 불안을 느낄 때 곧잘 나타났다.


몇 년 전부터 불안을 느낄 때면 어린아이가 꿈에 나온다. 누군가가 돌봐달라고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를 돌보고 있다. 함께 목욕을 한다거나, 밖에 데리고 나가 논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낮잠을 잔다.


아이가 나타나는 날에는 꿈속의 세상에 밤이 찾아오지 않았다. 꿈속의 나는 그 어떤 것도 떠올리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것에만 집중했다.



오늘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아 잔잔한 숙면 영상을 틀어두고 눈을 감았다. 몇 번이나 뒤척이다 간신히 잠을 불러냈다. 부드럽게 몸이 풀어졌다.


정신이 몽롱해졌을 때 잠시 꿈을 꾸었다.


햇빛이 쏟아지는 작은 방에서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이번에 만난 아이는 귀여운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다.

바깥에서 놀다 들어온 건지, 모자와 작은 크로스백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어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싱그러운 이파리들로 덮인 소파에서 잠을 자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긴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조심스레 귀 뒤로 넘겨주었다. 어디선가 많이 맡아본, 익숙한 향기가 났다.


아이는 나를 마주 본 채로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잠자는 자세만큼은 닮아 기분이 묘했다.

손톱이 잘 정리된 작은 손,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속눈썹, 희미하게 들려오는 숨소리. 마음속에서 말랑하고 부드러운 꽃이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햇빛의 포근한 향기가 살짝 와닿았다. 좋다. 손등 위에 따스함이 내려앉아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문득 돌아보니 옆에 부드러운 담요가 놓여 있어 잘 덮어주고, 그렇게 햇빛 속에서 졸다 깨어났다.


꿈속에서 느꼈던 따스함은 여전히 마음 안에 남아있다.


좀 더 푹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 번째 데이트: D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