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 촛불을 보았다.
그전에도 가끔씩 보았겠지만, 지금 내 기억에 가장 선명히 남아 있는 촛불은 그맘때쯤 보았던 것.
주황색, 노란색, 파란색, 흰색.
심지 끝에서 색색의 빛을 품고 타오르는 불.
불안하게 떨리면서도 금방 꺼지지는 않았다.
그곳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서 손끝을 살짝 뻗어보면,
부드럽고 따스한 온기가 내려앉았다.
어린 나는 촛농이 고이는 곳에 아주 자그마한 요정이 살고 있을 거라 믿었다. 티끌처럼 작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요정.
불을 붙이면 폴짝 뛰어올라 몸을 덥히고, 마음을 녹일 온기를 품고 내려오겠지.
지금도 마음 안에는 촛불을 하나 켠 채로 지내고 있다.
차게 식어 갈라지지 않게.
계속 살아있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