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서 벗어나야겠어요

by 이지원

무엇을 해도 우울이 가시지 않는다. 몸이 뻣뻣하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약을 안 먹어서 그런 걸까. 재빨리 약을 입에 털어 넣었지만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무언가에 휩쓸려 사라졌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날인 것 같아. 잔잔하고, 고요하고, 그렇지만 나는 울 수가 없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아 물을 밀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 될까. 여기서 나가야 할 것 같아.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붙이면 안 될 것 같아. 그것이 일곱 번째 기쁨이 되지 않을까.


맨발로 집을 돌아다녔다. 자꾸만 이를 물게 된다. 바닥이 차가워서도 아니고, 집이 추워서도 아니다. 그냥 이곳에 있는 것이 못 견디게 괴로웠기 때문이다. 돈을 벌지 못해서도 아니었고, 앞날이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못 견디게 외로웠기 때문이다.


손등을 꼬집어도 아픈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손톱자국이 빨갛게 남아도 아프지가 않다. 어쩌면 과거에 있어야 할 내 정신이 번쩍 옮겨진 것이 아닐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역시 이 세상에 남아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용기가 있다. 아프지 않을, 여기서 떠날, 행복할 자신이 있다. 그러니까 하나하나 찾아서 인사를 해야 해. 아마 이렇게 글을 썼던 것도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서 움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래도 인사를 해야 해.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다. 예쁘게 웃고 입을 오물거리는 작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 사계절의 단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책을 만들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책을 단정하게 다듬어 사랑스러운 옷을 입혀서 내보내고 싶었다. 이번 삶에서는 그게 잘 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다음에는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랬으면 좋겠다.


다음에도 나는 꼭 행복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그땐 우울한 것도 모르고, 오로지 행복만 아는 천진난만한 아이로 태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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