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성공한 삶에도 적과 친구와 고난이 있다.
그의 삶 뒷면에도 여전히 가벼운 걱정과 무거운 고뇌와
꺼내고 싶지 않은 과거와 만나고 싶지 않은 인연이 있다.
성공한 삶이든 실패한 삶이든 변변치 않은 삶이든
이것은 차별이 없다.
나탈리아는 성공한 발레리나였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 그리고 승부욕이 강한 성정으로 발레계를 평정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루크와 모스크바 그리고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각 도시의 발레학교와 발레단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 나탈리아의 불우한 가정환경, 그녀의 연인들, 따뜻한 친구들, 필요한 관련자들과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이 얽혀 펼쳐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강점은
나탈리의 심리 변화와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발레와 관련된 상황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에 관련 용어나 상식이 많다면
더 풍부하게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겠다 싶다.
발레보다는 달리기에 더 가까운 나에게는 조금은 낯선 배경이기 때문에
책을 고를 때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에는 전혀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혹여나 나처럼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점은 고려하시길 ^^)
오히려 접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여러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려면
엄청나게 치열한 자기 검열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치게 타인과의 거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며 서로 다치지 않게 이어가는 것은 또 다른 숙제다
이 일에는 왕도가 없다.
외적인 성공과 가족, 연인, 친구, 사회적 이해관계를 포함한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무엇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없다.
때로 혹은 자주 이것은 치명적인 무기가 되어 자신에게 상처를 준다.
삶이 어려운 이유다.
작가는 나탈리아와 그 주변인들을 통해 이런 삶의 이야기들을 아주 상세하고 공감 있게 그려낸다.
발레리나든,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주어진
이 삶의 과제를 주인공은 어떻게 겪어내는지 읽어가다 보면
인생은 다 비슷하구나 싶은 동감으로 귀결된다.
비록 그 모양새는 다르지만 말이다.
외형적으로 성공한 삶이냐 아니냐를 떠나
불안하고, 절박하고, 무기력하지만
삶의 본질을 갈망하며 본성을 잊지 않는 우리 밤새들은
오늘 이 도시를 살아가고 있다
#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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