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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대온실 수리 보고서

by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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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에는 온실이 있다.

대한제국 순종을 위해 일본인 후쿠바 하야토가 맡아 1908년 짓기 시작해 1909년 개관했다.

소설은 이 온실을 중심으로 여러 주인공들을 얽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주인공 영두와 온실수리를 맡은 건축사무소 직원들, 영두가 중학교 때 잠시 살았던 창경궁 근처의 문자 할머니와 리사, 영두의 오랜 친구 은혜와 똘똘한 그녀의 딸 산아, 그리고 이 온실을 지은 후쿠다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핵심 줄기다.

대온실.jpg 창경궁 대온실




영두는 석모도에서 서울 원서동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영두할머니의 친구인 문자할머니가 살고 있다. 그 집에서 문자할머니의 손녀인 리사와 같은 방을 쓰며 살게 되지만 리사와 리사 친구의 계략으로 큰 상처를 입고 다시 석모도로 돌아간다.

문자 할머니는 일본인이다. 대온실과 관련된 비밀을 안고 원서동에서 하숙집을 운영했다.

은혜는 영두의 석모도 친구로 혼자 산아를 키우며 부동산 일을 하고 있다.

은혜의 딸 산아는 석모도의 인싸다. 학폭으로 말을 잃고 전학을 온 스미의 안타까운 사정을 공감하며 특유의 친화력과 포용력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나간다.

그 외 온실수리에 참여한 건축사무소, 관할공무원, 발굴학자 등 여러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대온실과 관련된 사람들이 각자 이유로 얽혀 섬세한 서사를 만들어간다.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서사와 대온실이 품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가 어우러져 마치 실제 있었을 것 같은 현장을 옆에서 구경하는 느낌이다.



개별적 자아는 개인적 기질과, 경험과, 환경에 의해 자신을 만들어 간다.

그런 독특한 자아들이 부딪쳐 만든 복합적 경험과 집단의 생각은 다시 개별적 자아의 일부로 환원된다. 개인은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고, 역사는 개인들에 의해 거대한 흐름을 이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개별적 서사와 역사적 사실을 개연성 있게 엮었을 뿐만 아니라

대온실이라는 소재 하나로 크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보다.



#장편소설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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