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사랑의 꿈 No.3
안녕하세요~ 오늘로써 드디어 10화를 쓰게 되었네요.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전혀 길지 않은 연재이겠지만 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을 어떤 곡으로 장식해야 할까 생각이 많았네요. 음악을 들으면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곡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자장가'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장가도 좋긴 하지만 제가 원하는 느낌의 곡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분위기가 비슷한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 떠오르더라고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와 함께 피아노 취미생분들이 많이 치시는 곡이지요. 저는 이 곡을 연주할 일이 없었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었던 기억이 나서 오늘 마지막으로 이 곡을 다뤄볼까 합니다.
리스트 <사랑의 꿈>은 원래 3개의 곡이 들어있는 가곡집이었는데 이를 녹턴형식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다고 해요. 그중 특히 3번,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라는 곡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이지요.
앞서 이 곡이 피아노로 편곡되기 전에 가곡이었다고 말씀드렸는데, 곡의 시작에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한. 오 사랑하라, 당신이 사랑하는 한.] 이 곡이 처음 지시하는 con affetto는 '표정을 갖고, 느낌을 갖고'라는 뜻입니다. 부드러운 어투로 사랑을 하라고 말하고 있네요. 여기까지 편안하고 따뜻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단조로 변하고 poco cresc. ed agitato(점점 세게 그리고 흥분하여, 성급하게)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점점 풍랑이 일어나며 [때가 올 것이다, 때가 올 것이다, 너희가 무덤 앞에 서서 애통할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의 꿈'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그냥 달콤하기만 한 노래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무덤', '애통'같은 단어를 쓰고 있으니 이제 이 곡이 조금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후회 없이 사랑하라는 말을 매우 자극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런 말은 너무나 후회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자만이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넌 후회하기 전에 잘해,라고 흔히 말하듯이요. 리스트가 이른바 '금지된 사랑'을 한 적이 있는데 이 가곡집이 바로 그를 생각하며 작곡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 후에 이 만큼이나 되는 효과음을 넣어 불안하고 초조한 듯한 후폭풍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조금의 쉼 후에 곡의 분위기는 다시 장조로 전환됩니다. piu animato con passione(더욱 생기 있고 정열적으로)와 함께 샵 5개가 붙은 B장조로 변했네요. 가사도 열정적으로 [너의 마음이 타오르도록 하고 사랑을 계속 품어라, 당신을 향해 다른 마음이 따뜻하게 뛰고 있는 한]라고 합니다.
그리고 조가 또다시 변하면서 긴박감을 주라는 지시가 있는데요. 오른손에 꽉 차는 화음진행과 왼손의 6도 하행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가사는 [최선을 다해 그를 기쁘게 하고 슬픔에 빠지지 않게 하라]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피아노 버전으로 보나 가곡버전으로 보나 하이라이트에 해당합니다. 급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애절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리스트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을 많이 줬습니다. 리스트가 사랑하던 여인에게 상처를 줘서 많은 후회가 남았다는 상상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 뒷부분으로 또 엄청난 양의 음표가 몰아치면서 앞에서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동시에 또 다른 분위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버전에서는 이렇게 바로 연결구가 나온 뒤 아래 그림과 같이 바로 처음 부분을 반복하며 끝나게 되는데 가곡에서는 그전에 레치타티보로 표현되는 가사가 있습니다. 레치타티보는 대사를 노래하듯이 말하는 형식인데 이 부분의 가사는 [너의 말을 조심하라, 곧 나쁜 말을 할 것이다]입니다. 이 몇 줄 안 되는 레치타티보는 뒤에 나오는 [오 신이시여, 나쁜 뜻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그 다른 사람은 떠나가 슬퍼하는구나]라는 문장으로 인해 신의 음성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부터는 다시 첫 부분과 같이 [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한. 오 사랑이여, 당신이 사랑하는 한]라는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는 비교적 평온한 느낌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왜 인지 모르겠지만 사랑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남아 곡을 쉽게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지금 보니까 결혼식 축사로 써도 될만한 가사인 것 같습니다. 연륜 있는 사람이 젊은 신혼부부에게 그들이 꼭 알았으면, 지켰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것 같은 곡이에요. 물론 리스트가 사랑하던 여인과 헤어지면서 남은 후회와 미련이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곡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요. 엄청 이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인 것 같고 그러네요. 곡에 담긴 메시지를 굳이 해석하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곡이지만 이렇게 나름대로 해석해 보니 더욱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가곡 버전의 영상도 첨부하니 색다른 맛으로 즐겨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음악과 함께 좋은 저녁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