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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비 Oct 03. 2024

<반짝반짝 작은 별>의 진실

모차르트 작은 별 변주곡

오늘은 좀 재밌는 곡을 알아볼까 합니다. 엘리제를 위하여 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멜로디가 있죠! 바로 <작은 별>입니다. '도도 솔솔 라라 솔~ 파파 미미 레레 도~'로 끝나는 정말 쉽고 간단하고 예쁜 멜로디죠. 사실 이 곡은 우리가 잘 아는 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프랑스 민요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를 주제로 하여 쓴 피아노 변주곡이에요. 사실 저도 이 곡이 프랑스 민요를 주제로 한 곡인지는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그 제목이 상당히 의외였네요. 이 민요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때문에 괴로워 엄마에게 털어놓는 내용이라고 해요. 


모차르트가 이 곡을 썼을 당시에 제목은 지금 알려진 <작은 별 변주곡>이 아닌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주제에 의한 열두 개의 변주곡>이었어요. 모차르트의 사후에야 우리가 아는 "반짝반짝 작은 별"의 가사가 쓰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러므로 모차르트가 작곡할 당시, 모차르트가 멜로디를 상상하면서 그린 그림은 "반짝반짝 작은 별"이 아닌 사랑에 빠진 어떤 여인의 마음 또는 상황이 되겠네요. 당연히 작은 별을 떠올리면서 썼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잘 아는 그 멜로디를 갖고 모차르트가 어떻게 갖고 놀았는지를 살펴볼 거예요~ 변주곡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주제'선율에 다양한 기법으로 변화를 주는 것을 뜻해요. 모차르트 작은 별은 12가지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말은 그 주제 멜로디 '도도 솔솔 라라 솔~ 파파 미미 레레 도~'를 12번 변형했다는 말이 되겠죠.


전체적인 악보를 보실 수 있게 악보가 첨부된 영상을 공유해 봅니다.

Mozart: 12 Variations "Ah, vous dirai-je, maman" KV 265 (Clara Haskil)






주제

곡 시작에는 주제선율이 제시되고 있네요. 앞으로 이 주제를 가지고 변형을 할 것이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주제 선율이 동요랑은 약간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비슷하죠. 여담으로 제가 모차르트에 작은 별 변주곡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이던 십몇 년 전, 어째서 작은 별이 모차르트 악보집에, 그것도 12 변주곡으로 들어가 있는지 정말 신기하고 웃기기도 했던 것 같아요. 여러분도 그런 느낌이 드실까요?



1 변주

낮은음자리표에 그려놓은 빨간 박스를 <주제>에서 유심~히 보시면 어딘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실 텐데, 맞습니다. 왼손 부분은 <주제> 부분과 유사하게 진행됩니다. 다만 그다음부터 약간 리듬을 변형하여 단조로움을 피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전개를 하고 있네요. 오른손은 <주제> 선율과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저 16분 음표 안에 그 멜로디가 들어있습니다. 파란 박스들의 두 번째 음을 보시면 '도-솔-라-솔-파-미-레-도'로 주제선율과 똑같이 진행되고 있어요.



2 변주

<2 변주>에서는 오른손이 그대로 주제 선율을 갖고 있는데 그 속에 화음을 더 쌓아 변형시켰습니다. 



3 변주

여기서는 오른손을 아르페지오로 전개하면서 주제 선율을 썼는데, 신기하게도 곳곳에 다 들어있기는 합니다.

음악의 느낌을 비슷하게 가져가려면 아무튼 화성만 비슷하게 쓰면 되니까요. 



4 변주

여기도 <2 변주>와 비슷하게 주제선율을 화음으로 썼는데 이제 이 정도는 잘 찾을 수 있겠죠? ㅎㅎ 또 <3 변주>에서는 오른손을 아르페지오로 만들고 여기서는 왼손을 아르페지오로 썼네요. 아까 1 변주와 2 변주에서도 돌아가면서 16분 음표 리듬을 썼는데 눈치채셨나요? 왠지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할 때, '어디 보자, 3 변주 오른손에 이거 썼으니까 이번엔 왼손~'이렇게 했을 것 같네요. 변주곡 작곡할 때는 그러는 편이 더 쉽겠죠? :)



5 변주

<5 변주>에서도 오른손에 주제선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저 그 사이에 쉼표를 넣어 리듬을 변형시킨 것뿐이죠. 통통거리는 리듬을 만들어 가벼운 느낌이 나네요.



6 변주

여기도 주제선율이 잘 드러나 있죠? 이번엔 오른손은 완전한 화음으로 진행하고 왼손은 빠르게 이동합니다.

이제 반바퀴 돌았네요!



7 변주

반을 지나서일 까요? 이번엔 분위기를 반전시키듯 강하게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주제선율이 조금 숨겨져있기는 한데 음악을 들어보시면 여전히 작은 별 분위기입니다.



8 변주

이번엔 마이너로 갑니다. 아무래도 계속 같은 조로 가다 보니 획기적인 변화를 주고 싶었나 봅니다. 갑자기 단조로 어둡고 우울하게 변했네요. 그래도 주제 선율은 <2 변주>, <4 변주>와 비슷하게 들어있네요.




9 변주

단조로 한 번 갔다 왔으니 다시 장조로 복귀합니다. 



10 변주

10 변주쯤 왔으면 이제 소재가 고갈될 만한데 모차르트는 여기서 왼손으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수를 둡니다. 왼손이 오른손 위치로 가서 손을 교차해 주제선율을 연주하는 건데 이게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색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피아노 위쪽, 높은 피치에서 연주가 이루어지다 보니 듣는 입장에서도 조금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거고요.



11 변주

이번에는 Adagio:아주 느리게로 템포 변화를 줍니다. 앞서 <10 변주>에서 신나고 경쾌하게 달렸으니 변화를 주기 딱 좋았네요.



12 변주

마지막 변주입니다. 마지막이니까 싱겁게 끝낼 순 없다는 의지가 느껴지네요. 템포는 다시 Allegro로 빨라지고 포르테로 시작하면서 왼손은 정신없이 움직입니다. 그 와중에 오른손은 주제선율을 트릴과 함께 연주하고 있네요. 






그냥 연주만 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살펴보니 이 곡을 작곡할 때의 고민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제 생각보다 더 수월하게 작업했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제가 변주곡을 작곡한다 생각하니 갑자기 조금 아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도 리듬이 몇 번이나 바뀌고, 단조로 갔다 장조로 갔다, 느려졌다 빨라졌다, 약했다가 셌다가를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곡 장르가 아예 <변주곡>이다 보니 어떻게든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할 것 같아요.


여러분은 이 곡을 어떻게 들으셨나요? 곡이 조금 유쾌하게 장난치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어 연주할 때 즐거운 음악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각 잡고 연습하기는 싫고 뭔가 재밌고 안 어려운 걸 치고 싶을 때 꼭 선택하는 곡이었네요. 여러분에게 모차르트의 이미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딱 모차르트 같은 곡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곡의 변주마다 조금 난이도 차이는 있지만 안 어렵고 짧은 변주도 꽤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악보를 봐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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