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말이 안 통할 때,
화가 났다가 또 미안해질 때,
기대했다가 실망할 때,
내가 어른인지 아이인지 헷갈릴 때.
그럴 때 마음 한편에서
이런 질문이 들려온다.
'이 아이는 왜 내게 왔을까?'
처음엔 단순했다.
작고 귀여운 생명을 품에 안고
지켜주고 싶은 본능,
내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작은 존재에 대한 막중한 책임.
그게 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관계는 쉽지 않아 졌다.
말을 안 듣고,
생각처럼 행동하지 않고,
내가 주는 사랑을 가볍게 넘길 때도 있다.
그 순간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저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바꿔가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아이를 통해
내가 얼마나 조급한 사람인지,
얼마나 기대가 많았는지,
내 감정이 얼마나 쉽게 요동치는지를
매 순간 발견하였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존재를 마주하며
나는 조금씩
내 방식을 내려놓는 법,
내 고집을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정말 쉽지 않다.
때로는 속이 상하고,
눈물이 나고,
다 내려놨다고 생각한 날에도
또 뭔가 울컥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런 날들을 지나면서
사랑이라는 게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상대의 속도를 따라가며
기다려주는 것이라는 걸.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내가 바뀌는 일'이다.
자녀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가 다시 자라고 있는 거였다.
내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를 통해 나도 진정한 인간으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신이 자녀를 주신 건,
우리가 '진정한 사랑'을 배우게 하시려는 게 아닐까?
조건 없이 안아주는 일.
의심 없이 믿어주는 일.
말없이 기다려주는 일.
내가 먼저 한 걸음 물러서 주는 일.
그런 일들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배워간다.
그것을 배우는 동안
나라는 사람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자유로워지고,
넓어져 간다.
아이를 키우며 깨닫는다.
숭고한 이 일은,
한 사람을 길러내는 일인 동시에,
한 사람(나 자신)을 다시 빚어가는 시간이다.
자녀는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작은 생명이 아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는 거울이며,
신이 내게 건네준 소중한 선물이다.
그 선물 앞에서
오늘도 나는 멈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