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유난히도 비가 잦았다.
아이가 수학여행을 떠나던 그날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심란한 마음에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며칠 동안 화창한 날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난 아들은 후드티를 입고 지난밤 챙긴 캐리어를 끌고 밖을 나섰다. 나는 아들에게 용돈을 찔러주고 재밌게 잘 다녀오라고 말했다. 현관 창을 열고 까치발로 아들의 떠나는 뒷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수분을 머금고 낮게 가라앉은 쌀쌀한 새벽을 헤치고 아들이 멀어졌다.
언젠가 아들이 한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가을은 나무만으로도 아름답다던. 하지만 나무만으로도 아름답지 못한 가을도 있다는 걸 알았다. 아들이 떠난 거리, 수북이 쌓인 낙엽이 바닥에 들러붙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자아냈다.
나는 아들의 방문을 열고 익숙함이 사라진 자리에 누웠다. 갑자기 낯설었다.
보낸 후
아직 성장판이 남아 있는 싱싱한 소년이 문을 나선다. 밖은 반쯤 벗겨졌거나 이미 헐벗은 검은 나뭇가지들이 발밑으로 마른 옷가지를 늘어놓았다. 삐죽 웃자란 소년은 설렘을 입가에 매달고 완숙한 가을을 밟으며 떠났다. 새벽부터 비가 뒤치락거렸다. 몇 푼의 종이돈을 소년의 주머니에 찔러두고 나는 하루 종일 염려했다. 내일만이라도 아니 그다음 날이라도 마지막 날이라도 눈치 없이 쏟아지는 비가 멈추길.
소년이 눈으로 귀로 몸으로 읽어낸 빈 시간 위로 나는 눕는다. 든 자리와 난 자리가 휑하니 피부에 파고든다. 밖은 겨울을 결심한 빗줄기가 가을을 매몰차게 밀어내는 중이다. 다시 돌아온 소년의 새로운 눈을 나는 반색하며 포옹하리라. 둥지 떠난 새들을 묵은 나무가 기다리지 않듯 보채지 않기로 마음을 접는다. 가벼운 등을 보이며 떠나버린 소년이 내 두 눈에 익숙해지도록 아픈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