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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Apr 26. 2021

손톱 먹는 아이

숟가락을 들고 있는 아이의 손이 어색하게 구부러져 있다.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 느껴진다. 

고개를 살짝 빼 아이의 손가락을 슬쩍 보니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다.

딱딱한 것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듯하고

비좁은 틈 사이에 끼인 경험을 하고 나온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손을 강하게 낚아챘다. 아이는 손에 힘을 더 주며 손가락을 펴지 않으려고 한다.

단호하게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빨리 펴봐."

역시 그랬다. 검지, 중지 손톱은 이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오만가지의 감정이 내 머릿속을 휘젓는다.

아이에게 마구 화를 내며 소리 지르고 싶다. 어쩌면 욕도 했을지도 모른다.

불같이 올라오던  감정을 내리고

"너 이렇게 계속 손톱을 물어뜯으면 정말 후회할 거야. 제발 그만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불편한 감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짜증, 속상함, 답답함 등등 많은 감정이 담긴 것을 아이는 분명 느꼈을 것이다.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만 먹겠다 하더니 씻으러 들어간다.

우리 집 첫째의 손톱을 깎아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하던 아이는 손톱의 형태를 없애버리려고 작정한 것처럼 잠깐의 틈을 그냥 두지 않는다. 

엄하게 야단을 치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며 겁을 주기도 하고, 타일러 보기도 하고, 부탁도 하고, 손톱에 쓴맛이 나는 약도 발라보고 정말 별별 짓을 다해보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무엇이 이 아이의 손톱 물어뜯는 행동을 지속시키는 걸까?

평상시 아이의 모습에는 별다름이 느껴지지 않는데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는 건지 답답함이 밀려온다.

아이가 씻으러 들어가는 뒷모습에 대고

"나도 모르겠다. 네 맘대로 해! 네 손톱이니까."

냉정함을 가득 담아 아이에게 뱉고는 더 이상 손톱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내 머릿속에는 엉망이 된 아이의 손톱으로 가득 차 있다.



오은영 박사님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를 펼쳤다. 목차를 보고 쭉 훑었다. 

나에게 필요한 처방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펼쳐든 것이 이 책이다.


아이가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어요. 이럴 때 많은 부모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협박하며 일방적으로 훈계합니다.

매번 내가 하던 모습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이의 문제 행동을 가운데에 두고 아이와 맞서는 거예요.

이런 대결 구도에서 아이는 누군가와 맞서는 상황이기에 지고 싶지 않아져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것입니다.

딸과 난 손톱을 물어뜯는 문제 행동을 두고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셔야 합니다.

정말 어렵다.

아이의 문제행동이 공감되지 않는데 공감이라는 것을 빼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아이의 행동을 공감하기 위한 노력

생각보다 만만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습관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완벽하게 바꿀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오은영 박사님은 그렇기에 

이 우주에서 이것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아이 자신밖에 없다고 하신다.

그래서 이런 문제 앞에서는 더욱 부모와 아이가 한 팀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신다.

"이것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문제인데

너는 어떻게 해볼래?

네 의견을 들어보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줄게."

이렇게 말하며 아이는 문제 행동을 해결하는 과정의 중심에 서고 부모는 돕는 형태가 되며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비록 단번에 완벽하게 고치지 못해도 아이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하셨다.

함께 노력할 수 있다는 것,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된다는 것, 부모의 도움이나 조언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기를 수 있다는 것,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고 하셨다.


오늘도 난 인내심이 많이 부족한 날이었다.

망가진 손톱 모양에 감정이 불쑥 튀어나와 아이를 비난해 버렸으니 말이다.

내일 아이의 손톱을 보면 또 속상해질 것이다. 아니 지금 잠자고 있는 아이의 손톱을 보는 데도 너무 속상하다.

그러나 아이의 망가진 손톱보다는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을 머릿속에 입력 해본다.

아이를 따뜻한 눈으로 쳐다보며 아이의 행동을 공감하기 위해 이 밤에 난 열심히 연습 중이다.

진짜 엄마 되기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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