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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May 07. 2021

가방에 짐을 싸다 멈추었다.

아침부터 분주했다.

짐을 싸야 했고, 닭강정도 한 마리 사야 했고, 과일 트럭에서 수박도 한 통을 사고, 꽃도 사야 했다.

아이들 등교 후 해야 할 일을 적어두고 바쁘게 움직였다.

지금

난 뜨거운 커피를 두 잔째 마시고 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옷 가방에 넣으려고 빼둔 옷들은 소파에 펼쳐져 있다.

그리고 마음은 아프다.

눈물이 좀 난다.


항상 바쁜 사람

항상 애쓰는 사람

자신 몸을 살피지 못하는 사람

큰 살림을 혼자서 짊어지고 사는 것 같은 사람

불교에서 말하는 업이 많은 사람


엄마의 삶은 눈물 나게 고단한 삶이었다.

혼자서 동동 거리며 사는 것이 지금껏 그렇게 삶이 이어지고 있다.

칠십이 넘어선 작년부터 엄마 몸에서 계속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아프다고, 그만 다 내려놓고 몸을 돌보라고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

막내딸이 맏며느리로 시집와 그 많은 제사를 지금껏 지내고 있다.

어린 조카들은 몇 년째 돌보고 계신다.

이리 뛰고 저리 뛰니 몸이 남아 날 리가 없다.

그래도 돌보지 않는다.

아직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제는 누구의 제사인지 모르겠다.

조상님의 제사겠지...

알고 싶지도 않다. 조상 덕을 보는 이들은 제사 안 지내고 해외여행 간다는 웃픈이야기가 있으니

엄마는 제사 준비에 몸이 지쳐버렸다.

아침에 들뜬 마음으로 오후에 아이들 학교 마치면 내려간다고 전화를 했다.

엄마 목소리가 덜덜 떨린다.

몸살이 나서 온몸이 아파 겨우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괜찮다고 하지만 절대로 괜찮은 상태가 아니다.

오늘 내려가기로 한 모든 일정을 접었다.

엄마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오롯이 자신의 몸을 살필 시간이 필요하다.

엄마는 아이들이 할머니 집에 갈 거라고 기대하고 있을 테니 그냥 내려오라고 한다.

아니라고 했다.

우선 주사 맞고 좀 쉬라고

내려갈지는 내일 결정하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냥 속상하다.

엄마의 늙어가는 삶

엄마가 희생만 하는 삶

그 삶이 있어서 우리 삼 남매는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인데

난 엄마의 그 삶이 너무 싫다.

그렇게밖에 살지 못하는 엄마의 삶이 너무 싫다.

엄마는 아마 앞으로도 저렇게 삶을 살아가실거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시집와 편안함 한 번 누리지 못하고

그렇게 삶을 마무리할 거다.


그게 자신의 인생이라고

죽어야 모든 것이 끝난다고 하신 엄마의 말이 오늘따라 가슴을 깊게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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