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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Aug 13. 2021

오늘도 감정에 집중하다

감정이야기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수록 어릴 적 나의 모습을 자주 찾게 된다. 불편하게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유년기에 경험한 것이 문신처럼 마음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꺼내서 마주하고 물어보고 또는 괜찮다고 다독이는 여러 과정을 스스로 거쳤다. 날것 그대로 마음이 날뛰었을 때는 황폐한 들판에서 먹이를 찾는 늑대 같았다. 본능에 충실해서 올라오는 감정을 여기저기 덧칠하며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했으니 말이다. 특히 나의 불안함과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받은 것은 첫째 딸아이다.  아이와 둘이서 살던 시간을 돌아보면 준비도 되지 않았던 아이의 마음에 엄마라는 이유로 별스러운 감정을 마구쏟아내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눈물만 흘리던 아이를 답답하다고 소리치며 다그치기도 했다. 방황했던 이 시간은 결국 아이와 나의 마음에 무수히 생채기를 남겼다.

 

여전히 지금도 많은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가 많다. 사람 사는 게 감정 없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가도 감정에 놀아나다 밀려오는 허탈함에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노력이 필요했다.

 

1.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잠시 나를 관찰하기

2. 가장 불편한 감정이 무엇인지 꺼내 보기

3. 어디서부터 올라온 감정인지 찾아보기

3. 그 지점을 찾게 되면 잠시 머물며 그 시절 나와 대화하기

4. 불필요한 감정과 이별하기

5.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나에게 최적화된 방법이다. 나이가 들면서 주름이 느는 것처럼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이 생겼다. 귀한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생기고, 버릴 것은 알맞은 통에 분리수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구멍 난 마음이 메워지게 되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의 나라면 아이 상담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썼을 것이다. 지금 난 아이에게 희망을 보려고 한다. 아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나와 다른 아이를 인정하는 시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큰 힘이 되어줄 거라 믿으며 희망을 건지기도 한다.

 

앞으로 난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지독한 냄새에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곧 품어내는 향긋한 내음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우리네의 삶이 아닌가 싶다. 우아하게 이 글을 끝맺는 순간 어설픈 감정이 비집고 들어와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으니 잘하고 있다는 어설픈 장담은 하지 말자. 인생 결말은 땅속에 묻힐 때쯤 아는 걸로 하고, 지금은 현재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본다. 오늘은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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