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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응급 Aug 18. 2022

S1. 코로나 일지

#14 백신 부작용

 #. 2021년 06월


 의료진 및 필수인력의 백신 접종이 일반인 대상으로 확대되며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중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왈가왈부하는 토론이 줄을 이었고, 같은 동양인을 대상으로 개발된 중국 백신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나는 누구보다 빨리 백신 접종을 끝냈고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하지만 나름의 소견을 들려주기도 했다.

 종종 응급의료센터 등에 ‘제가 백신을 맞아도 되나요?’ 혹은 ‘백신 맞아도 된다는 소견서 써주세요.’, ‘백신 맞아도 되는지 검사하고 오래요.’ 하는 환자들이 접수했다. 맞아도 되는 사람, 맞을 수 있는 사람 혹은 맞아야 되는 사람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탓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당연한 수순으로 부작용자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몇몇 사례가 매스컴을 탔다. 그중 하나는 폐색전증((Pulmonart thromboembolism, PTE)[1]으로 사망한 젊은 여자 환자였다. 혈액 내 피가 응고하는, 피떡이 몸속을 돌아다니는 혈전증이 전 세계를 걸쳐 여러 차례 부작용으로 보고가 되던 때였다.


“선생님, 저번에 저희 CPR(심정지 환자) 한 명 왔었는데 PTE(폐색전증의 약자) 였거든요, 젊은 여자. 결국 죽었는데 백신 맞았었대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젊은 여자가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왔고, 임신 등의 다른 이유로 폐색전증 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서 백신 부작용으로 보건소 신고했다고 했다. 추후에 젊은 여자의 치명적 백신 부작용에 폐색전증이 포함됐다는 걸 알았다. 비슷한 사례로 소아에게선 심내막염이 치명적이었다. 그 외 자잘한 부작용들로는 흉통, 두근거림, 손발 저림, 발열 등 가지각색이 있었다. 법정 부작용이 명확하지 않으니 보고하는 문서에도 '순환계 / 호흡계 / 위장관계 / 기타 의심 부작용' 식으로 뭉뜽그려 선택하게 되어있었다.


"위가 아픈데, 이거 백신 부작용일까요?"

"백신 맞고 자꾸 졸린데 이거 백신 부작용일까요?"
"두드러기 없다가 두드러기 나요. 다음 백신 맞아야 할까요?"


사실 나는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치명적인 부작용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지켜보자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이제 막 백신 접종이 일어나는 때라서 전 세계 누구도 백신 부작용에 대한 언급 자체가 조심스러웠고 [2] 치명적일 수 있는 몇 가지 부작용만이 알려진 상태이다 보니, 진료하는 의사 별 혼선이 생겼다. 곧바로 백신 부작용으로 응급의료센터를 찾는 환자에 대해 진행해야 할 검사 범위에 대해 회의가 열렸다. 일단 우리의 목표는 치명적인 백신 부작용을 걸러내자 였는데, 국가에서 내려온 지침에는 '혈액검사, 심전도, 엑스레이, 필요시 CT, MR 등 가능한 모든 검사를 할 것을 지향한다.'라고 명시되어있었다. 이는 응급의료센터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린 탁상공론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리였다. 격리 구역은 일반 구역보다 검사에 한계가 있다. 감염 통제 때문에 그나마 빠른 XR 촬영도 서서 찍는 XR 만 가능하고 다른 뷰(view)는 테이블과 차폐 막 등을 구비할 수 공간이 없어 촬영이 어렵다. CT, MR는 더 촬영하기 힘들었다. 이 기계들을 일반 환자들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격리 환자의 검사 전후로 소독이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했고, 응급의료센터의 효율을 위하여 의심 환자에 대해 바로바로 촬영할 수 없었다. 그 외에 영상의학과나 심장내과에서 진행하는 침습적인 시술도 당연히 일반 환자에 비해서 오래 걸렸다. 응급실 과밀화를 배제해도 어림잡아 3-4시간 이상이 걸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항상 환자가 복닥거리는 응급의료센터에서 모든 검사를 다 하라는 건 절대적으로 불가한 지침이었다. 결국 원내 지침 및 각 학회 권고 사항을 따라 가이드라인을 다시 세웠고, 일단 감염 구역에서 혈액 검사가 허가되었다. 원래 간호 인력의 과부하 및 환자 모니터링 불가로 감염 구역에서 혈액검사는 진행하지 않고 일반 구역 내 격리 구역으로 들어온 환자들에 대해서만 진행했는데, 그렇게 되면 응급실이 마비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위에서의 압박으로 간호부도 결국 눈물을 머금고 없는 인력을 쪼개 채혈지침에 동의하였다.


“선생님 오늘 나이트? 오늘 사람 많던데.”

“응, 나 나이트. 그러게, 선생님 와서 오늘 환자 더 많겠다(나는 소위 환자가 몰리는 환타였다). 안 그래도 일 많은데 이제 랩(lab, 혈액검사)까지 하래요. 진짜 죽으라는 거죠.”


 실제 일하던 우리의 대화였다. 흐리멍덩한 눈동자의 간호사 선생님들은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우울함과 다크서클이 함께 드리워진 간호사 선생님들이 안쓰러워 괜찮냐고 말 걸었을 뿐인데 그쪽이 환타라서 더 환자 많이 오는 거라고 일단 말 걸지 말라고 했다.


 2021년 8월 2,3차 수도권 코로나 중환자 병상 확대에 대한 명령 조치가 내려왔다. 병원의 총 병상 수의 1.5% 이상으로 늘리라는 내용이었는데 일반 중환자, 사망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함과 수용할 수 있는 격리 병상 부족에 대한 조치였다. 중환자 못지않게 일반 확진자도 늘었고 이것은 이것대로 골치였다.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환자 발생 시 환자가 머물렀던 곳을 부분 폐쇄한 뒤 청소 및 휴지기간이 끝나야 다시 개장하는데, 못해도 한 번에 4시간 이상 걸렸기 때문에 하루 멀다 하고 응급실 운영이 멈췄다. 초반엔 응급실 폐쇄가 걸리면 CCTV 보기 및 환자 이송 등의 잡일이 늘어나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점점 일처리가 빨라져 1-2시간 만에 일을 해결한 뒤 잠시 숨 돌리기까지 했다 (합법적인 '월로' 시간이었다). 물론 휴지 시간이 끝나면 기다렸다가 물밀듯 들어오는 환자 수에 조삼모사이긴 했지만, 출근 전 TFT 카톡방[3]에서 응급의료센터 내 확진자 발생했다고 보고되면 그렇게 마음이 설렐 수 없었다.

 결국 응급의료센터 근무자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동안 몇몇 의료진이 밀접 접촉자로 간간히 2주간 격리된 적은 있지만 진짜 확진된 건 없었기 때문에 반향이 컸다. 첫 확진자는 응급실 전담 내과 당직 전공의였는데 하필이면 확진되는 날 다른 병원으로 텀 체인지(term change, 전공의 경우 여러 세부 과의 수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근무 과를 바꾼다)를 위해서 타 병원으로 이동 중이었어서 이 병원 저 병원 모두 다 비상이 걸렸다. 특히 그 전공의와 같은 의국 및 휴게실을 사용하느라 밀접 접촉했던 내과 전공의들이 단체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최종 확진자는 두 명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내과 말고도 당직실이나 휴게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전공의들이 단체로 격리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전공의들이 격리가 되면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합법적인 병가로, 그동안 피골이 상접했던 애들에게 '좀 쉬다와' 하고 토닥여주었다.


 2021년 9월쯤 되니 소아 환자들이 슬슬 생겼다. 1년 동안 집에서 집콕했던 소아들이 외부활동으로 걸리는 게 아니라 보호자와 접촉 후 생긴 게 대부분이었다. 1년 반 동안 옥이야 금이야 마스크 두 개 씩 끼워서 잘 관리했어도 갑자기 늘어난 일반 환자들한테 묻어온 코로나까지 다 피할 수는 없었다. 소아의 경우 원래 감염 질환이 많고 성인과 생리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열감기도 경우에 따라 입원하는 경우가 있어서 성인보다는 응급실 문턱이 낮았는데, 그러다 보니 금세 응급실이 포화가 되었다. 특히 소아 감염 격리시설은 전국적으로 매우 적었고, 코로나를 기점으로 올해 들어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가 전국적으로 반토막도 안 되는 수로 줄었던 시점이어서 시설과 함께 인력 역시 부족했다 [4]. 다행히 소아 코로나 중환자는 서울대 등 몇몇 대형병원에서 전담으로 진료하도록 정해져 있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하면 모두 지정 병원으로 전원을 갔기 때문에 환자의 입퇴원 결정 여부는 수월했다. 하지만 '우리 애가 코로나라고요?'라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보호자를 달래는 게 수월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난 1년 동안 코로나로 범벅된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이런 경우에 대한 알맞은 해결책으로 쓸 수 있는 모범 답안지가 준비되어있던 터라, 소아의 경우 성인보다는 비교적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P.S

 체감 상 가장 많은 부작용은 흉통과 숨참, 두근거림 등 순환기계 증상이었다. 성인의 경우, 혈액 검사 및 엑스레이, 심전도 상 순환/호흡기계 응급 시술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았고, 증상 완화 치료 이후 귀가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소아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 중 하나로 심근염이 떠오르면서 백신 부작용 중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에 한하여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경과 관찰을 위하여(검사 결과가 양호하더라도 갑자기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입원 치료를 권고하도록 소아청소년학계 측에서 가이드라인이 내려왔다. 병실 상의 문제로 모든 병원에서 지켜질 수 없었지만, 통원치료를 하더라도 단기간 내 외래를 방문하도록 하는 등 소아청소년과 측에서 유의 깊게 관리를 했었고 이로 인해 사망한 케이스를 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물론 소아청소년과 특성상 환자에 대해 과할 정도로 진료를 꼼꼼하게 하는 특성의 영향도 있겠지만, 성인도 연령대 별 주의해야 할 치명적 백신 부작용(예 : 젊은 여자의 경우 PTE, 혈액종양 기저질환자 및 고령자의 뇌졸중 등)에 대해서 관련 환자 군에 대해 증상이 발현 전 자가 스크리닝(screening) 교육이나, 병원으로의 팔로 업(follow up)을 하도록 시스템, 혹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환자군 관리 시스템이 있었으면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주석:

[1] 폐로 가는 혈관에 응고된 피가 생겨 순환을 방해하는 병으로 숨찬 증상이 있으며, 이는 신체 전반적인 혈류의 순환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심장 근처의 폐동맥에 발생할 경우 갑작스러운 급사를 야기할 수 있다. 고위험군 중 하나가 임산부이다.  

[2] 어떤 약에 대한 부작용은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개발된 백신의 급성 부작용은 백신을 맞고 나서 단시간 내에 발생하지만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는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떠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명확하게 규정짓기 어렵다. 10-20년 이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역시 현재 아무도 알 수 없다.

[3] 이 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당시 우리 병원은 코로나 대책 전담팀이 있었는데(Task force team, 이하 TFT), 응급의학과,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감염관리팀 등의 의료진들이 매번 시행되는 코로나 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환자 상태에 대해 토론하여 빠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카톡방이 있었다. 이 카톡방에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중 4년 차도 포함되었다.

[4] 코로나로 일반 소아 환자의 수가 반이상이 줄면서  폐업하는 소아 병원이 늘어나니 소아청소년과 수련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전국 레지던트 지원율이 정원 대비 30% 정도로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흉부외과와 비슷했다.


[ 사진 출처 : Photo by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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