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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iday Oct 10. 2021

조금은 울컥한 French toast

먹고사는일 - 영화 보고 배운 음식 

*오래된 영화지만... 제 포스팅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잔뜩 있답니다.

결과까지 포함되어있으니, 참고하시길.


영화를 보고 나면 내용이 기억에 남을 때도 있고, 배우의 연기, 자연 배경, 주제가, 소품 등등

이 기억에 맴돌 때도 있지만 가끔은 영화에 나온 음식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없는 풍경이지만 나의 학창 시절에는 시험이 끝나면 영화 단체관람으로 시험공부에 지친 어린 학생들을 달래주던 시절이 있었다. 가끔은 말도 안 되는, 저런 영화를 왜  단체관람을... 했던 영화도 있고, 나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던 좋은 영화도 있었다. 이영화 Kramer vs Kramer도 기말고사를 마치고 떼 지어 들어가서 보았던 영화인데 그 당시 어린 나이에 정말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모든 것이 안정되고,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여자가 자신의 인생을 찾아서 남편과 어린 아들을 떠나고 또 나중에 돌아와서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소송하고,  그 난리를 피우고 나서 결국 아이를 포기하고 떠나는...

인생 경험이 전혀 없는 단발머리 소녀들은 영화를 보고 나와서 너도나도 다 그 엄마를 성토하기에 열을 올렸다. 나도 거기에 합류하여 몇 마디 거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꽂혀버린 부분은 '프렌치토스트' 만드는 장면이었다. 어디선가 한두 번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많이 생소한 음식이었기에 더 눈길이 갔었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영화 앞부분에서는 형편없이 망쳐버린 그 '프렌치토스트'를 영화 말미에 너무도 능숙하게 제대로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의도치 않게 복습 아닌 복습까지 해가며 전 과정을 지켜보았기에 조금 엄두가 나서

집에 돌아와 한번 해보자 마음먹었었다.

빵은 취향에 따라......

영화에서는 샌드위치용 식빵을 사용했지만, 프렌치 브레드를 두툼하게 잘라서 하는 것도 식감이 좋다.

버터와 기름 두 가지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취향에 따라...




계란 두 개 기준으로 우유 반 컵을 넣고 섞어서 계란물을 만든다.

좀 더 단맛을 원하면 설탕을 추가하고,  취향에 따라 시나몬 파우더를 계란물에 넣고 섞거나 나중에

토스트 위에 뿌려 먹기도 한다.

계란물을 준비하고 팬을 중불에 예열하고 버터나 기름을 충분히 넣는다.

프렌치토스트는 강한 불에 익히면 계란 묻은 겉면이 금방 타버리게 되니 중불에 조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익힌다.



빵에 계란물을 입힐 때, 빵맛의 식감을 살리고 싶을 때는 계란물에  빵을 앞뒤로 살짝만 담가서 재빨리

꺼내서 팬에 익힌다. 빵이 충분히 적셔지지 않아서  약간 드라이하면서 빵의 질감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좀 더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원할 때는 빵을 계란물에 앞뒤로 푹 담가서 계란물을 충분히 입힌후에

버터나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넣고 천천히 익힌다. 겉은 금방 익어서 바삭한 식감이지만 속 안은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살아있다.

완성된 프렌치토스트에 취향에 따라 파우더 슈거,  메이플 시럽, 시나몬 파우더 등을 뿌리고

원하는 제철 과일을 함께  곁들여서 완성한다.

개인적으로는, 계란물 만들 때 시나몬 파우더를 조금 넣고, 완성된 토스트에는  파우더 슈거를

뿌리는 게 보기에도 예쁘고 적당한 단맛을 내기에 좋다. 그리고  토스트가 달고 기름진 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딸기, 키위, 블루베리 등 약간 신맛이 나는 과일 종류를 함께 먹는 걸 좋아한다.

영화 초반에, 갑자기 독박 육아를 하게 된 아빠가,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프렌치토스트'를 만들려고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난장판 부엌을 만들고 캐비닛을 발로 차며 Damn it!!!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 거기서 1차 울컥!

싱글대디의 생활이 익숙해진 두 사람의 아침은 나름 평화로운 루틴을 만들어나갔다.

일어나자마자 '빤스'바람에 부엌에 와서 각자의 접시에 도넛 하나씩을 던져놓으며 익숙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어린 아들을 보며 또 2차 울컥!

양육권 소송에 진 아빠가 아들을 엄마에게 보내는 날 아침, 아들과 함께 '프렌치토스트'를 아무 말도 없이,

하지만 아주 능숙한 팀워크로 만들고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 오열 준비...

애써 미소 짓는 아들을 아빠가 꼭 안아주며 테이블 세팅하자고 하고, 아빠를 꼭 안고  울지 않으려고

참다 보니 나오는 아들의 tiny squeak...  나는 폭풍오열!

 tiny squeak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울음을 참을 때 나오는 작은 신음소리?

프렌치토스트를 좋아해서 자주 해 먹는 편인데, 만들 때마다 항상 이 영화의 장면들이 나를 따라다니고

그때의 먹먹했던 기억들도 희미하지만 떠오르고, 가족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도 함께 맴돌기도 한다.


빵 한 조각에 뭔 이리 복잡한 생각이...


엄마가 되고 나서 다시 본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었다.

영화나 책은 정말 나이에 맞는 작품을 만나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그런 이유로 어릴 때 읽거나 보았던

많은 책들과 영화들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봐야겠다 생각했지만... 지금의 내 처지에 그럴 수 있을지... 그보다는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일 들과 해야 할 일들의 순서를 정하고 시간을 정하는 일을 먼저 해야겠다는

어김없는 자기반성이 또 올라온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나는 기. 승. 전. 자기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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