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 노벨 문학상과 경제학상
[나름 출판을 위한 교양 과학 수필을 지향하는 입장이라, 시의성 이슈는 가급적 다루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거론하지 않을 수 없어 <특별판>으로 다루고자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꿈꾸었을 노벨상.
스웨덴 한림원은 한국의 2024년 12월을 예측이라도 한 것일까. 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고, 시상을 며칠 앞둔 12월 3일 심야에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직도 뉴스 속보가 빗발치는 그날 밤의 기억이 생생하다.
대국민 담화 소식과 함께 쏟아지는 “비상계엄”이라는 비현실적 뉴스에 황당해하기도 잠시, 연이은 무시무시한 포고령 발표와,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국회로 모여드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그들을 긴급체포하기 위해 나타난 완전무장 군인들의 모습.
본회의장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투표를 기다리는 1분 1초의 시간은 피가 마르는 듯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에 막힌 문을 피해 창문을 깨고 국회로 진입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핸드폰과 공중파 뉴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생중계되었다.
국회의 계엄령 해제 의결 전 군인들이 난입했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지금 이런 글은 적고 있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2024년 이 시점에 다시 반복되는 역사적 비극으로 나타났을지도 모르겠다.
소년이 온다의 무대는 80년 광주이지만, 세계 많은 곳에서, 또한 역사에서 벌어진 일들이었기에 노벨 위원회는 그 역사적 의의와 문학적 가치를 평가해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랐을 것 같다.
A few bad guys들이 벌인 이번 사태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일이자, 국가 경제면에서도 노벨 위원회의 판단이 옮았음을 증명하는 또 다른 사례로 남을 것이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은 법치주의가 잘 지켜지고,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경제가 번영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3인의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들 중 한 명은 그의 저서에서 남북한의 정치 체제를 비교하며, 현재의 경제 수준의 차가 바로 ‘민주주의가 경제 번영의 원천‘임을 입증하는 증거임을 주장한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노벨상‘이 선택한 두 분야의 가치를 일거에 날려버리고서도, 그저 천하태평하게 개인의 안위만을 위하는 듯한 모습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사실 거창하게 노벨상까지 거론할 문제도 아니다.
나의 일상은… 파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