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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운 일상공상18

UTM과 MBTI

by Parasol

11일간의 충격적 현대사를 몸소 체험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대함과 회복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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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M(Universal Testing Machine), 이름 그대로 만능 테스트 장비는 물체를 당기거나 압축하여 다양한 종류의 물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SS Curve(Stress-Strain curve)를 통한 물체의 특성 평가법이다. 측정하고자 하는 물체에 변형을 주고, 그에 따라 걸리는 힘을 측정하여 둘의 관계를 각각 x축에 변형률(strain)과 y축에 응력(stress=힘/면적)으로 그려낸 그래프이다.

이를 통해, 그 물체가 얼마나 단단한지, 혹은 유연한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의 늘어나지 않고 아주 단단한 유리와 같은 샘플로 측정을 하면 조금의 변형으로도 아주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보이다 변형이 조금만 더 커지면 바로 깨져버리고 만다. 반면, 쉽게 늘어나는 고무줄로 SS Curve를 평가한다고 하면, 변형이 아주 커지더라도 스트레스 수치가 커지지 않는 완만한 기울기 모양의 곡선을 얻을 수 있다.


이렇듯 SS Curve를 보면 그 물질의 성질이 유리 같은지, 고무줄 같은지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 이외에도 변형을 원래대로 되돌렸을 때 돌아가는 곡선을 보아도 재료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고무줄처럼 원상태로 돌아오는 재료도 있지만, 엿가락처럼 늘어났다가 힘을 빼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재료도 있는 것이다.


이런 재료들의 성질만큼이나 사람들의 성격도 다양하다.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성격유형검사가 된 MBTI는 에너지 방향(E/I), 인식 방법(S/N), 판단 기준(T/F), 생활양식(J/P)이라는 단순한 네 가지 기준마다 두 가지 선택지를 두어 2*2*2*2=16가지 성격 유형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분류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자기소개에 필수가 된 것은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과거의 권위주의적 조직관리에 비해 유연해진 조직관리 흐름 속에 인사교육 등에서도 사람들의 성격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는 교육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어떤 사람은 작은 변화에도 유리처럼 쉽게 스트레스를 받다 폭발해 버리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별 일 아니라고 고무줄처럼 유연하게 넘길 수 도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왜 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또 다른 누구는 문제를 일으키는지 큰 관심이 없었다. 세심하게 볼수록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UTM을 사용해 물체의 물성을 분석하는 이유는, 그 재료가 사용될 적절한 곳을 찾기 위해서이다.


가령 유리처럼 강도가 높고 변형이 적은 재료는 핸드폰의 화면 보호용 커버로 쓰는 반면, 고무줄처럼 작은 힘으로 쉽게 변형되었다 원래대로 잘 돌아가는 재료는 머리끈과 같은 곳에 쓸 수 있다.


MBTI를 통한 성격 분석을 기업이 도입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재 관리의 방식마저 그들이 받아들이기 조금 더 편안한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관리자들이 UTM을 잘 이해하는 테크니션으로 충분했다면, 21세기 관리자들은 MBTI와 같은 사람의 마음마저 분석하는 심리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자리이다.


이렇듯 심리학이 중요해지는 시대라면 MBTI도 더 나아가 단순한 성격 분류가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반응마저 분류할 때가 올 수도 있을 듯하다.


UTM에서는 스트레스 해소에 대해 일정한 스트레스를 계속 주고 있을 때 변화가 지속되는 정도를 측정하기도 하고(이런 경우, 조금씩 변화량이 커지는 모습이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하다고 해서 “creep”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일정한 변화를 주고 있을 때 시간에 따라 스트레스가 점점 줄어드는 경향을 평가하기도 한다(stress relaxation).


첫 번째 경우는 오래된 책장이 지속적인 책의 무게로 점점 휘는 경우이고, 두 번째 경우는 일정한 거리로 고정된 마스크 줄이 시간이 지날수록 느슨해지는 현상이다.


이처럼 사람들도 주어진 스트레스가 일정할 때 철제 책장처럼 변형에 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플라스틱 책장처럼 점점 휘어지다 깨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또한 지속적인 야근(근무 시간 연장)에도 금방 적응하여 스트레스가 평상시로 돌아오는 강철멘탈이 있는가 하면 스트레스 해소가 전혀 되지 않다 어느 날 번아웃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처음의 성격만큼 주어진 자극의 해소법도 사람에 따라 다르고, 그만큼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과연 스트레스 해소의 분류법의 심리학 시장에서는 어떤 강자가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물론 UTM을 통해 측정한 재료의 물성에 정답이 없듯, MBTI를 통해 분류한 성격에도 정답은 없다. 그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재료의 물성도, 사람의 성격도 아는 만큼 보이고, 알고 나면 조금 더 잘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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